TK 의원들, 신공항 백지화에 대응하는 세 가지 모습

입력 2016-06-23 20:29:41

①대통령 경호파 "무슨말 하겠나" ②무기력파 "할 수 있는게 없어" ③무대응파

영남권의 숙원이었던 신공항 건설 계획이 백지화되고 그 대안으로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 난 것은 대구경북(TK) 정치권의 무기력한 대응과 안이한 인식도 주요 원인이라는 질타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부산권 정치인들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정부를 향해 가덕신공항이 되지 않을 경우 '불복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고비마다 기자회견을 열어 지역 민심을 결집시키고 정부를 압박했다.

그러나 TK의원들은 '용역결과에 따르겠다'면서 정부와 청와대 눈치를 보며 너무나 수동적으로 대응, 정부가 부산지역 여론을 의식하면서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 냈다.

TK 정치권에 대한 지역민의 따가운 시선은 23일 보도된 본지 여론조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대구시민 1천200명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신공항 백지화 결정의 책임' 주체로 44.5%가 '대통령 등 행정부'를 꼽았지만 국회의원 등 지역정치권에 대해서도 정부 못지 않게 43.0%가 책임이 있다고 응답해 TK 정치권에 분개한 지역민심을 읽을 수 있다.

TK 의원들은 대부분 '공신력 있는 해외 평가기관에 입지 선정과 관련한 연구용역을 맡긴 만큼 일체의 정치적 선동은 자제하고 차분하게 결과를 기다리자'며 정부를 향해 감 떨어지기만을 기다렸다. 이 같은 행태의 배경에는 대구경북이 정치적 고향인 박근혜 대통령이 인지상정(人之常情)과 이심전심(以心傳心)에 입각한 '밀양신공항 결단'을 내리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있었다.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 발표 이후에도 TK 정치권은 정부에 '대구공항 확장' 'K-2 이전' 등 대안을 강하게 요구하지 못하고 있고, 무기력하다 못해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과정에서 TK 국회의원들은 ▷대통령 심기 경호파 ▷무기력파 ▷무대응파 등으로 제 갈 길을 가며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였다.

'진박'의원들을 주축으로 한 친박계 의원들은 '대통령 심기 경호파'의 주축이다. 박 대통령의 선택을 '절대선'으로 받아들이며 지역 민심과는 동떨어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대통령만 믿고 기다리다 뒤통수를 맞았다. 하지만 이제 와서 우리가 대통령에게 대놓고 무슨 얘길 할 수 있겠나?" 라며 뒷북만 치고 있다. 이들은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 후 지역민들의 분노가 빗발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애써 '되돌릴 수 없는 기정사실'로 수용하고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박 대통령의 영향력이 여전한 상황이라 대구경북 의원들 가운데 이 범주를 벗어나는 의원들은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초선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무기력파'는 신공항 입지 선정 과정에서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는 점을 이해해 달라면서 지역 대표로서의 본분을 망각하고 있다. 이들은 "자칫 정치적 설레발이 정부의 결정에 부담이 될까 봐 숨죽이고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후회스럽지만 당시에는 마땅한 대안도 없었다"고 강변하고 있다.

특히 초선 의원들은 등원한 지 한 달여 만에 '신공항 태풍'을 맞았다는 점에서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심지어 지역의 한 초선 의원은 "신공항 문제에 대해 깊이 고민해 보지 못 했다"는 고백을 하기도 했다.

영남권 신공항추진위 관계자는 "지역 정치권이 신공항 입지용역 과정에서 부산과는 대조적으로 너무나 무기력했다"며 "신공항을 밀양으로 가져오지는 못하더라도 백지화되지는 않도록 온갖 수단을 동원했어야 했는데 제 역할을 못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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