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영화 같은 클래식

입력 2016-06-23 18:34:28

권영민.
권영민.

요즘 방송가에서는 '먹방'이 대세인 것 같다. 다양한 각도의 카메라 앵글과 출연자들의 맛깔스러운 표현으로 시청자가 그 자리에서 냄새까지 맡고 있는 것 같은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이런 프로그램은 기존엔 사람들이 배고플 주말 점심시간에 맞춰 방영됐는데, 요즘은 시간대를 가리지 않고 방영되는 걸로 봐선 꼭 때를 맞춰야 시청률이 높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얼마나 많은 정보를 생생하게 시청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가?' 하는 관점으로 승부를 보는 것 같다.

또한 이런 프로그램 덕인지는 몰라도 음식의 유래와 같은 다양한 정보도 많아졌다. 그런데 정말 알고 먹으면 더 맛이 있는 것일까? 나는 그렇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들은 여행을 다녀와서 별로 본 것도 재미있는 것도 없었다고 하지만 같은 곳을 다녀온 어떤 사람들은 본 곳도 많고 재미있는 것도 많았다고 한다면, 이들의 차이는 무엇 때문일까? 아마도 눈으로만 여행한 것과 달리 여행지의 문화, 즉 건축물과 관광지의 역사와 유래를 비롯해 숨어 있는 뒷이야기까지 체험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남는 건 사진뿐이라고들 하지만 내 생각엔 사진보다 더 오래 남는 건 낯선 여행지에서의 색다른 경험이 아닐까 싶다. 낯선 언어, 낯선 건축물, 낯선 음식 등 모든 것이 낯선 것뿐이지만 그곳 역시 사람이 사는 곳이다. '이들은 이렇게들 살고 있구나' 하는 열린 마음으로 다가간 여행지라면 사진보다도 훨씬 오래 남을, 아마도 평생 가슴속에 담겨 질 잊지 못할 추억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다.

이처럼 나는 분명히 '그냥'과 '아는 것'의 차이는 '있는 것'과' 없는 것' 정도라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예술도 알고 들으면 더 감동적이다. 예를 들면 러시아의 유명한 작곡가 차이코프스키의 '1812년 서곡'은 1812년 나폴레옹의 러시아 침공기를 담고 있다. 이 곡에서는 전쟁의 포화와 총탄, 죽음과 삶, 전투의 급박함을 악기 종류, 악상, 빠르기, 박자 등을 이용해 표현해 놓았다. 이제 이 곡이 전쟁의 모습을 담고 있는 음악이고 나폴레옹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앞으로 '1812년 서곡'을 들을 때면 어디선가 들리는 큰북 소리가 '대포 소리'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슬픈 음절이 연주되면 전쟁의 비화를, 시끄럽고 격정적인 부분에서는 격렬한 전투를 떠올릴 수 있지 않을까?

이처럼 숨어 있는 내용을 알고 나면 비록 귀로만 들리던 음악일지라도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생생함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음악은 개인의 내면적 감정을 담고 있기도 하지만 영화처럼 역사적 장면을 담고 있기도 하다. 우선 비교적 이해하기 쉬운 표제음악, 그 제목에 담긴 이야기를 알아본다면 클래식 음악도 여느 박진감 넘치는 영화만큼 재밌고 쉽게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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