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인디펜던스 데이:리써전스

입력 2016-06-23 18:40:48

20년 후 더 강력하게 돌아온 외계인

"이야기는 단순화하고, 볼거리로 약점을 메울 것." 그야말로 폭탄급 예산을 퍼붓고 전 세계 남녀노소 모든 관객들을 타깃으로 폭발적인 흥행 수익을 노리는 것이 블록버스터 영화의 본질이지만, 필자는 블록버스터가 바보 같은 장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터미네이터' '로보캅' '매트릭스' '매드맥스' '토탈 리콜' '다크 나이트' '인셉션' '엑스맨' 등 인간과 세상에 대한 심오한 철학적 명제로 가득한 블록버스터 영화 리스트를 끝도 없이 읊을 수 있다. 관객은 우매하지 않고, 돈과 노력을 쏟아부어 선택한 영화는 조금이라도 나의 사고에 좋은 영향을 주길 바란다. 그러나 여름방학 성수기를 노리고 개봉하는, 천문학적인 숫자의 예산을 투입하여 전 세계 관객을 끌어들이는 많은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바보 같음은 어쩔 수 없다. 이래서 관객은 더 똑똑해져야 한다.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는 볼거리가 풍부한 오락물 이상의 어떤 의미를 갖기 힘든 영화다. 이야기는 허약하고 볼거리는 풍성한, 그야말로 두뇌는 없이 몸만 잘 빠진 어른을 보는 느낌이다. 할리우드의 축적된 시각효과 기술이 총동원된 최고 수준의 스펙터클 장면들은 틀림없으나, 이것이 서사에 녹아들어가지 않으면 관객의 뇌리에 남는 것은 없다. 최고의 액션 장면을 봐도 하품만 나올 것이다.

이 영화는 1996년 전 세계적으로 박스오피스를 강타하며 그해 흥행 1위를 기록한 '인디펜던스 데이'의 속편이다. 전편은 지구 멸망을 노리는 외계인의 침공 때문에 미국 중심부의 백악관이 파괴되었는데, 영화사상 백악관 파괴는 최초의 시도라서 많은 관객들에게 충격과 함께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을 선사했다. 당시는 2000년 9'11 테러가 일어나기 전 상황이었고, 미국 영토가 외부에 의해 공격받을 수 있다는 것을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을 때이니, 전편의 백악관 파괴는 그저 상상의 산물이었다. 2000년에 실제로 미국 본토 내의 테러를 경험한 이후 미국인들에게 생긴 트라우마는 영화 속 재난이나 테러를 재미로 즐기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리하여 속편이 나오기까지 꽤나 많은 시간이 흐를 수밖에 없었다.

정확히 20년 후, 그 시절의 영웅들이 다시 등장하고, 2세들이 바통터치를 하며 자연스럽게 신구 세대교체를 이루는 속편이다. '인디펜던스 데이: 리써전스'는 20년 전 외계의 침공으로 인류의 절반을 잃고, 재건에 힘쓴 지구에 다시 찾아온 멸망의 위기를 그린 SF 재난 블록버스터다. 전편의 감독인 롤랜드 에머리히가 속편도 지휘했다. 에머리히는 '고질라' '투모로우' '2012'를 거치며 재난영화 장인으로서 솜씨를 쌓았고, 이번 영화에는 그의 재난 스펙터클 노하우가 총집결되었다.

지구 전쟁에서 패한 외계인들은 더욱 강력해진 기술로 파괴와 재건을 거치며 더 진보한 지구를 위협한다. 인류는 외계인의 압도적인 기술력 앞에서 속수무책이다. 한층 강력해지고 무시무시해진 외계인들은 자기중력기술을 활용해 지구의 중력을 거슬러 모든 것을 뒤집어 버린다. 최악의 재난 상황에서 주인공들은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뭉친다.

이야기를 이해하는 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영웅주의와 신파를 적절하게 이용하고 논리가 꼬이면 우연에 기대어 풀어내면 된다. 미국이 세상의 중심이며, 백악관이 공격받으면 세계가 재앙에 맞닥뜨리게 되고, 미국의 영웅들은 세계 평화를 위해 싸운다는 고결한 정신이 뿌리 깊게 박혀 있다.

이번에 조금 달라진 점은 중국의 역할이다. 중국인인 최고 사령관이 영웅적인 최후를 맞이하고, '안젤라 베이비'라는 중국 최고 미녀가 정의로운 전투기 조종사로 등장한다. 상하이가 통째로 하늘로 날아가는 장면은 장관이다. 엄청난 흥행수익을 보전해 줄 중국 시장을 노리기 위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가 중국을 조금이라도 비판적으로 묘사하는 모든 요소들을 지운다는 것은 공공연한 일이다.

백인 남성 영웅주의라는 비판을 의식하여 다문화요소를 적절히 가져오지만, 구색 맞추기 이상으로 보여주는 것은 없다. 선과 악의 대결은 명징해서 진부하다. 그래도 3편은 제작될 것 같다. 영화는 우주 전쟁을 예고하는 미끼를 이미 던졌고, 첫날 흥행수익은 고공행진이다. 그래도 기억에 남는 한 장면이 있다. 전직 대통령인 늙고 쇠약해진 히트모어가 딸을 대신하여 전투기에 오르며 "너희들은 나라를 재건해야 하니, 전쟁에는 내가 나가겠다"고 말한다. 영화에서 드물게 뭉클한 장면이다. 현실에서는 보기 드문 상황을 연출함으로써 젊은이를 희생하는 세태를 꼬집고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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