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직 39년 경북 축산 발전에 헌신…정창진 안동 부시장 24일 명퇴

입력 2016-06-22 22:30:02

"공직 마감을 앞두고 지나온 길을 한번 돌아봤는데 '내가 이렇게 빨리 여기까지 왔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 할 일이 많은데'라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막상 이임식을 앞두니 후련하고 즐겁습니다."

21일 오전 안동시청 부시장실에서 만난 정창진(59) 안동 부시장은 24일 이임식을 끝으로 39년 공직을 마감하고 명예퇴직을 한다. 정 부시장은 지난 1977년 7월 경북종축장에서 공직생활을 시작, 한평생을 경북 축산발전에 몸담아왔다.

정 부시장은 임기 동안 우수 종축 보급을 통한 가축개량과 경북형 한우 보증씨수소 개발, 암소 검정 등 안정적인 축산업 기반을 마련하는 데 힘을 쏟았다. 특히 그는 수입 개방화에 맞서 산학협력연구를 통한 한우 육종 개량과 축산 신기술 개발 보급 등을 추진하면서 축산농가 경쟁력 확보에 노력했다.

지난 2010년 한반도 전역에서 구제역이 발생했을 때 정 부시장은 최대 위기에서 최고의 선택을 보여줬다. 그가 경북축산기술연구소장일 당시 연구소 내 칡소 암컷 1마리가 구제역 판정을 받았다. 칡소는 한우의 한 품종으로 한반도에 1천여 마리밖에 남아 있지 않은 희귀종이다. 연구소 우량종 전멸 위기를 맞은 것.

정 부시장은 나머지 한우 51마리와 칡소 5마리를 빠르게 소백산 기슭으로 피신시키고 구제역이 잠식될 때까지 그 종을 건강하게 지켰다. 만약 당시 이 종들이 전멸됐다면 경북도의 수십 년 노력이 수포로 돌아갈 수 있었다. 그의 빠른 판단 덕에 피해를 최소화한 것이다.

2014년 1월 정 부시장은 청송군 부군수에 이어 2015년 1월 부이사관 승진과 동시에 안동 부시장을 맡았다. 그는 현장이 곧 교과서라고 생각하고 휴일을 반납하면서까지 청송과 안동 곳곳을 누볐다. 청송 군민과 안동 시민은 그를 '부지런한 사람'이라고 표현한다. 그는 "청송과 안동을 제2의 고향으로 생각하고 일했더니 좋은 평가를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안동 부시장을 맡은 직후 그는 전국을 공포로 몰아넣은 메르스 사태와 가뭄 등에서 적극적인 대비를 통해 비상상황을 무탈하게 넘겼다. 지난달 치러진 역대 최대 규모의 제54회 경상북도 도민체전 준비단장을 맡아 '가장 짜임새 있는 대회를 치러냈다'는 평가도 받았다.

정 부시장은 "유교와 한학 공부를 틈틈이 해왔는데 한국정신문화의 수도 안동에서 공직을 마감하게 된 것이 내게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말했다.

그는 "'걱정은 인생의 적'이라는 셰익스피어의 말처럼 공직 후배들도 굳은 의지로 마음먹는다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것"이라며 "민간인으로 돌아가면 부족한 공부를 더 하고 싶고, 안동과 청송에 가끔 들러 좋은 인연을 이어갈 생각"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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