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공항 백지화] 위천산단·삼성車 무산, 되살아난 20년 전 악몽

입력 2016-06-21 20:53:52

생존권 차원서 추진한 위천산단…부산 "식수원 오염" 반발로 무산, 삼성車도 뺏겨

다 잡은 삼성자동차를 부산에 뺏긴 대구는 삼성상용차를 대신 받아야 했지만 껍데기뿐이었던 삼성상용차는 결국 퇴출되고 말았다. 삼성상용차 퇴출 발표 직후 분노한 직원들이 생산된 트럭을 불태우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매일신문 DB
다 잡은 삼성자동차를 부산에 뺏긴 대구는 삼성상용차를 대신 받아야 했지만 껍데기뿐이었던 삼성상용차는 결국 퇴출되고 말았다. 삼성상용차 퇴출 발표 직후 분노한 직원들이 생산된 트럭을 불태우며 시위를 벌이고 있는 모습. 매일신문 DB

20년 전의 망령이 또다시 되살아났다. 1995년 대구시가 조성하려던 위천국가산단이 상수원 오염을 우려한 부산권 주민들의 반발로 무산된 것과, 이번 영남권 신공항 건설 백지화가 판박이가 됐다. '중앙정부의 무능'으로 인한 대구경북의 피해가 또다시 재연된 것이다.

노태우'김영삼'김대중정부를 거치는 동안 대구시는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가산단이 없는 것과 관련, 대구 생존 차원에서 위천국가산단을 추진했다. 하지만 부산권 주민들이 중심이 돼 "식수원인 낙동강이 오염될 우려가 있다"며 극렬하게 반발했다. 국가산업단지 인가권을 쥔 중앙정부는 부산권 눈치만 보고 갈팡질팡하며 시간만 끌다 결국 위천산단 지정을 무산시켜버렸다.

달성 주민 A씨는 "위천산단 무산으로 대구는 1990년대 중반 이후 10년 이상 국가산단 부재 상태가 지속됐다. 어디 그뿐인가. 노태우정부 당시인 1990년 초 대구로 온다는 계획이 다 잡혔던 삼성자동차도 김영삼 대통령이 당선된 뒤 느닷없이 부산으로 가고, 껍데기뿐인 삼성상용차가 대구로 왔고 결국 2000년 도산했다"며 "신공항까지 무산시켜버리니 정말 할 말을 잃었다"고 발끈했다.

신공항 무산은 위천산단에다 삼성자동차를 선두로 한 자동차산업 벨트까지 잃어버린 대구 달성군민들을 격분시키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오랜 국회의원 지역구였던 달성군민들은 영남권 신공항 입지가 발표되기 바로 직전까지도 "달성군은 밀양으로 향하는 '대구의 관문'"이라며 앞으로 맞게 될 각종 호재를 두고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심지어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밀양에 신공항이 들어서면 달성과 밀양을 잇는 도로 개설은 필연적이며 이후 달성과 밀양은 승용차로 30~40분 내에 주파하는 바로 지척의 이웃이 된다는 입장이었다.

더욱이 신공항 건설 백지화는 달성 유가'구지에 조성 중인 대구국가산업단지 성공에도 찬물을 확 끼얹고 말았다. 대구국가산단은 영남권 신공항을 배경으로 낙동강 산업벨트를 이끌며 대구 경제를 창원과 부산, 창녕 등 경남권과 연계시키면서 영남 광역경제권 전초기지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했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됐다.

달성산단 근로자 B씨는 "이번 영남권 신공항 건설 백지화는 박근혜 국회의원을 청와대까지 보낸 달성군민들에 대한 배신의 정치이며 순진한 지역민들의 등을 친 사기"라고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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