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유근통

온몸을 괴롭히는 통증 살짝 부딪혀도 "아야"

회사원 유모(38'여) 씨는 수년째 원인 모를 통증에 시달리고 있다. 어깨와 목 등에서 시작된 통증은 온몸으로 퍼졌고, 밤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로 계속됐다. 손발이 붓고 팔다리가 뻣뻣한 느낌이 들었고, 가벼운 운동에도 근육통을 느끼기도 했다. 자다가도 자꾸 깨는 탓에 아침에 일어나도 탈진할 것 같은 피로감을 느꼈다. 이런저런 검사를 해봤지만 딱 부러진 원인도 찾지 못했다. 유 씨는 "겉보기에는 멀쩡하기 때문에 꾀병을 부린다는 주변 사람들의 오해를 받는다"고 푸념했다.

유 씨를 괴롭히는 병은 '섬유근통 증후군'이다. 특별한 원인 질환이 없는데도 오랜 기간 온몸의 힘줄과 인대, 근육, 지방조직 등에 반복적으로 통증을 호소하는 게 특징이다. 전체 인구의 2~5%가 겪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며 여성 환자가 남성보다 7~9배가량 많다.

◆'꾀병'으로 오해받는 고통

섬유근통의 양상은 다양하다. 타는 듯한 느낌이나 날카로운 물건으로 찌르는 듯한 통증이 팔'다리와 더불어 몸통과 허리 주위, 어깨 주위 등에 나타난다. 뻣뻣함과 피로감, 팔'다리의 이상 감각, 과민성 장증후군 등을 겪거나 시간이 흐르면서 통증 부위가 바뀌기도 한다. 환자 중 75% 이상이 수면장애를 호소하고, 상당수 환자는 불안과 우울증 등 정신건강에 이상 증세가 나타난다. 가벼운 활동을 한 뒤에도 심한 피로감과 근육통이 나타날 수 있고, 괜찮을 때도 약간의 통증을 느낀다.

섬유근통의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가족 중에 섬유근통 증후군이 있을 때 같은 병이 발생할 확률이 8배 정도 더 높지만 유전적'가족적인 원인이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다.

다만 환자들은 가벼운 접촉에도 통증을 느끼거나 아픈 자극을 느끼는 강도가 더 크다. 통증 조절 기전에 이상이 생겼기 때문이다. 통증 전달 경로에 관여하는 통증전달물질이 과도하게 증가하거나, 반대로 통증을 억제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과 노에피네프린이 줄어드는 탓이다.

◆환자 10명 중 4명만 정확한 진단받아

섬유근통은 비교적 흔한 질환이지만 환자 중 25%만 정확한 진단을 받고, 진단을 받는 데도 평균 5년이 걸린다. 원인 질환이 확인되지 않아 병원 여러 곳을 전전하거나 반복적으로 검사를 받기 때문이다.

섬유근통은 X-선이나 CT 촬영 등 방사선 검사나 혈액 검사로 진단할 수 없기 때문에 임상적인 양상에 근거를 둔 진단 방법을 사용한다. 지난 2010년 미국류마티스학회는 만성전신통증 환자들을 섬유근통으로 진단할 수 있는 기준을 마련했다. 우선 '전신통증지수'(Widespread Pain Index'WPI)와 '증상중증도척도'(Symptom Severity scale'SS)를 기준으로 삼는다. 이와 함께 3개월 이상 증상이 지속돼야 하고, 통증을 설명할 수 있는 다른 질환이 없어야 한다. WPI는 환자가 지난주에 느꼈던 통증 부위를 0~19 부위까지 기록해 그 개수를 점수로 매긴다.(그림) SS는 피로도와 잠에서 깨어날 때의 기분, 기억력이나 집중력 등 인지능력 및 신체화를 0~3점씩 줘 최고 12점의 점수표를 만드는 방식이다.

섬유근통은 WPI 7점 이상, SS 5점 이상이거나, WPI가 3~6점이고, SS가 9점 이상인 경우에 해당된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압통점 검사 없이도 설문이나 문진으로 진단할 수 있다.

◆병에 대한 이해와 인내심 필요

섬유근통의 치료는 통증을 줄이고 신체 기능을 회복시키는 데 초점을 맞춘다. 증상이 다양하고 복합적이기 때문에 각 개인의 증상에 맞춰 접근법도 달라져야 한다. 치료법은 약물 요법과 비약물적 요법으로 구분된다.

비약물적 요법은 유산소운동과 인지행동요법(CBT), 두 가지 요법을 혼합한 복합치료 등이 있다. 복합치료에는 환자 교육도 포함된다. 마사지나 근육강화운동 등도 효과가 있지만 지압이나 침술, 압통점 주사 등은 치료 효과가 명확하지 않다.

약물요법은 주로 항우울제와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재흡수 억제제(SSRIs), 트라마돌 등이 사용된다. 흥분성 아미노산과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억제해 통증을 줄이는 약물도 사용된다. 약물은 통증의 개선과 수면장애, 피로, 우울한 정서 등의 동반 증상을 치료하는 데 효과적이다.

이상곤 대구파티마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과장은 "섬유근통은 장기간 치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환자와 가족 모두 질환에 대한 이해와 인내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이상곤 대구파티마병원 마취통증의학과 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