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
20대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의 첫 주자로 나선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정규직과 비정규직 격차 해소를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문제로 진단했다. 연설 원고 제목을 '사회적 대타협으로 더 큰 대한민국'으로 정하며 사회적 대타협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또 경제 정의를 세우고자 '재벌 개혁'을 꼽으며 대기업의 실명을 거론했고, 이들에게 방만한 가족 경영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 야당과 방법은 다르지만, 여당 원내대표가 격차 해소와 분배 정의를 강조하자 정치권에서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이념적 지평을 넓혀 중도층의 지지를 끌어들이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정 원내대표는 비정규직 문제를 지적하며 구의역 안전문을 수리하다가 사망한 김 군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컵라면 먹을 시간도 없이 열심히 일했던 김 군의 월급은 왜 150만원이 안 됐을까. 2인 1조 작업이라는 안전 수칙은 왜 지켜지지 않았던 것일까"라고 물은 뒤 "정규직에 대한 과다한 보호가 비정규직 수탈로 이어지는 노동시장의 이중성 문제를 고스란히 드러냈다"고 진단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격차 해소를 위해 '중향 평준화'를 제안했다. 정 원내대표는 "기아자동차 2차 협력업체 직원도, 1차 협력업체 직원도 정규직으로 만들어 1억 연봉을 주자는 이야기는 달콤한 주장"이라며 "상향 평준화는 무책임한 포퓰리즘"이라고 지적했다.
또 불법'편법으로 경영권을 세습하는 재벌을 개혁해야 한다며 경제 정의를 강조했다. 재벌 개혁 분야에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실명을 거론했고, "90을 넘긴 아버지와 두 아들이 그룹 경영권을 놓고,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싸운다"며 롯데그룹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정 원내대표는 "재벌을 해체하자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아들딸 심지어 일가친척들까지 모두 경영에 나서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고 지적했고 "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재벌 2~3세들이 편법 상속, 불법적 경영권 세습을 통해 경영에 참여하는 것을 감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 원내대표로서 야당에 한 발 나아간 연설이었지만 야당은 "진단만 있고 해법이 없는 실망스러운 연설"이라고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 기동민 원내대변인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정부'여당의 실정에 대한 책임을 회피했다. 박근혜정부의 책임은 없는지 솔직하고 진솔한 고백이 선행됐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다만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선 "적절히 언급한 측면이 있다. 의미 있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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