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월간 비즈니스저널이 최근 '거짓말이 만연한 한국 사회'라는 칼럼으로 또 심기를 건드렸다. 한국 때리기나 일본 내 혐한 기류 조장을 통해 판매 부수를 올리려는 천박한 장삿속이 훤히 드러나 보인다. 한마디로 극우 세력과 출판계가 짬짜미해 쏟아내는 혐한 서적들처럼 '책 팔아먹기' 수작이다.
일본의 혐한 장사는 지지통신 특파원이 썼다는 '매한론'(呆韓論'어리석은 한국론) 사례에서도 잘 드러난다. 2013년 말 출간되자마자 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 20만 부 넘게 팔렸다. 이런 혐한 서적은 서점마다 별도 코너가 있을 정도로 특정 독자층의 맹목적인 우월주의나 경제 침체에 따른 현실도피 갈증을 달래는 데 안성맞춤이다.
문제의 '한국 때리기' 기사는 일본 정치인과 혐한의 진원지인 우익의 입에 바로 오르내리고, 보통의 일본인에게 날조'왜곡된 한국 이미지를 심어주는 구조로 굴러간다는 점에서 심각하다. 재일 한국인 등 외국인에 대한 인종차별적 '헤이트 스피치'를 규제하는 법이 만들어져도 도심 집회를 계속 벌이는 우익의 못된 버릇에서 보듯 일본 사회구조나 의식구조상 이런 칼럼은 혐한 감정을 불 지피는 데 더없이 좋은 재료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비즈니스저널에 연재된 칼럼을 들여다보면 석연치 않은 대목이 있다. 글쓴이 이름이 모두 한국식이다. 林秀英, 河鐘基라는 캡션을 달아놓았다. 저널리스트라는 필자 소개만 있을 뿐 정체가 불분명하다. 한국을 비하하는 칼럼은 모두 이들이 썼다. '매춘대국' '뇌물대국' '자살대국' 등 이전 칼럼의 수준도 정상이 아니고 한국을 악의적으로 욕하는 기사를 과연 우리 언론인들이 썼는지도 매우 미심쩍다.
과거 일본 우익과 일부 극우 언론이 이용해온 묵은 수법으로 보는 이유다. 한국'중국 때리기에 물불 가리지 않는 극우 세력이 외국인을 내세워 책 내용을 조작한 사례는 숱하다. '혐한의 출발점'으로 불리는 '추악한 한국인'(1993년)도 가세 히데아키라는 일본 극우 언론인이 실체가 없는 '박태혁'이라는 이름을 내세워 펴낸 책이다. '오센카'로 불리는 귀화 일본인 오선화의 혐한 서적도 우익 세력이 대필하고 그 배후라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뉴욕타임스 도쿄지국장을 지낸 헨리 스톡스의 '영국인 기자가 본 연합군 전승 사관의 허망'은 일본의 심각한 날조병을 대변한다. "일본은 침략국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담아 10만 부 이상 팔아먹은 이 책은 "일본은 서구의 침략으로부터 아시아를 지켜낸 영웅"이라고 떠벌렸다. 하지만 번역자가 저자를 속이고 무단 추가한 내용이 많다는 사실이 밝혀져 망신을 샀다.
한국의 최대 서비스 수출 산업이 매춘이라거나 강간과 무고(誣告) 사건이 빈발하고 미성숙한 문화 후진국에다 훔치기'베끼기투성이의 한국 문화 등 혐한 서적들의 주장은 터무니없다. 하지만 '헬조선'의 배경이 된 원전 비리와 방산 비리, 법조 비리, 해피아'산피아'메피아가 판을 치는 우리 사회의 혼탁상이 빌미가 된 것도 부인할 수 없다. "한국인은 숨 쉬는 것처럼 거짓말을 일삼는다"는 칼럼 내용을 팩트가 아니라 해석의 차이로 보면 일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거꾸로 일본인이야말로 숨 쉬듯 거짓말을 일삼고 역사적 과오를 부인하고 수치라곤 모른다고 해도 틀린 말인가.
일본 국제장학재단 이사장을 지낸 우익 지식인 구사카 기민토의 '일본, 일본인의 의식구조'라는 책에 이런 구절이 있다. "(한국'중국 등) 아시아 각 나라는 일본'일본인과 의식구조가 다르고 무엇보다 신뢰할 수 없어 친구라고 단언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하지만 일본이 아시아 국가를 계속 멸시만 하다가는 언젠가는 큰코다친다."
그의 지적처럼 일본 우익과 언론이 밥 먹듯 우리를 비난하고 혐한 정서를 부추기면 일본이 정의롭고 아름다운 나라로 국가 위상이 올라갈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야비한 일본'의 이미지가 국제사회에 굳어질 수 있다는 판단이 더 타당하고 합리적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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