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열지 않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는다고 한다. 플루트 연주와 노래를 들으며 전율을 느꼈다. 애잔함이 가슴 밑바닥을 훑으며 파도처럼 출렁인다. "다시 만날 수 있을까~이 밤 지나면~ 나의 가슴에 이별을 두고 떠나가는 사람아~♪"
정흥조(63'대구 수성구 범어동) 씨는 어려서부터 음악을 좋아했다. 경북 선산에서 태어난 그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선산군에서 개최한 신인가수 선발대회에서 1등을 하고 신인가수 인증서를 받았다. 대학시절에는 학업을 우선하기보다 야간 업소를 찾아다니며 아르바이트를 했다. 당시 유명 카바레, 회관, 관광호텔 나이트클럽 등에서 노래를 불렀다. 정 씨는 1979년 오아시스 레코드사에서 '망향' '겨울에 떠난 여인'을 취입했다. 대구교대 음악대학원을 졸업하였으나 가정 형편이 여의치 않아 가수의 길을 접고 교직에 몸담았다고 한다.
천상의 소리라고 일컫는 플루트 연주는 듣는 이의 심금을 울린다. "1988년 대구교육대학 안동부설초등학교에 근무하면서 관현악을 지도하였습니다. 학생들에게 클라리넷과 플루트의 체계적 지도가 필요함을 느껴 각종 연주회를 찾아다녔습니다. 여러 가지 악기를 다루어 보았는데 특히 플루트 소리에 매료되어 그때부터 플루트를 연주하게 되었습니다."
정 씨는 2015년 8월 초등학교 교장으로 퇴임하기까지 무수히 많은 음악 관련 심사와 수상을 했다. 모범공무원 표창과 홍조근정훈장도 받았다. "백세 시대에는 인생 2모작이 필요합니다. 그동안 뒤도 돌아보지 않고 너무 바쁘게만 살아온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는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나를 위한 충전의 시간을 갖고 싶습니다."
그는 현재 백운기획 단장 및 플루트'드럼 연주자, 퇴직 공무원으로 구성된 대경상록캄보밴드 대표코치 및 드럼 주자, 김천 팝스오케스트라 플루트 주자, 경산 캄보밴드 드럼 주자로 활동하고 있다.
"조금 늦은 감은 있으나 제가 좋아하고 흥미 있는 음악 활동에 참여하여 재능을 계발하고 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재능을 나만의 만족으로 끝내지 않고 미력하지만 지역사회에 기여하는, 즉 공공선(公共善)을 위한 삶을 살고 싶습니다."
진명노인복지센터, 고산노인복지센터, 안식원, 도시철도역, 종교 단체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전문 가수 못지않은 매너와 패션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지난 3월, 대구시 동구 효목동 진명노인복지센터에서 어르신들을 모시고 공연을 하였습니다. 어르신들을 보니 홀로 생활하시다가 돌아가신 모친이 무척 그리웠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를 앞세워 제대로 효도 한 번 못했습니다. 그래서 앞에 있는 한 할머니의 손을 잡고 1960년대 흘러간 노래를 불렀지요. 할머니는 마치 수줍은 20대 처녀처럼 얼굴이 홍당무가 되었습니다. 그 할머니는 노래를 듣는 순간 젊은 시절이 떠올라 감동을 받았다고 하더군요."
무엇이든 본인이 하고자 하는 일이 있다면 나이가 더 들기 전에 시작해야 한다. 두려움은 멍청한 감정이다. 후회 또한 그렇다. 자신의 꿈을 보듬고 꽃피우는 정 씨, 늦게 피는 꽃이 더 귀하고 아름답다는 것은 바로 그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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