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 굽히고 펼 때 "으악"…손가락까지 저려요
가구 제조업을 하는 김모(45) 씨는 요즘 일손을 거의 놓다시피 했다. 세수조차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로 펴지지 않는 팔꿈치 탓이다. 수년 전부터 팔꿈치에 통증을 느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방치한 게 화근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팔꿈치는 점점 더 뻣뻣해졌고, 팔을 펴거나 구부릴 때 심한 통증에 시달렸다. 팔 힘을 많이 써야 하는 직업 특성상 작업 능률도 크게 떨어졌다. 참다못해 병원을 찾은 김 씨는 '팔꿈치 퇴행성 관절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김 씨는 "관절 주변에 뼛조각이 많다는데 이제 일을 그만둘 처지가 될까 봐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팔꿈치 퇴행성 관절염은 팔꿈치를 장기간 과도하게 사용해 관절이 손상되고 관절 부위의 골극(뼈 조직의 염증이나 변화로 인해 뼈의 표면에 새로 자라는 뼈)이 생기는 질환이다. 팔꿈치가 아프고 제대로 굽히거나 펼 수 없는 증상이 나타나며 세수할 때 손이 얼굴에 닿지 않거나 팔을 멀리 뻗어 물건을 잡기 어렵게 된다.
◆팔꿈치 못 펴고 뼈 부딪치는 느낌 들어
팔꿈치 퇴행성 관절염은 팔을 많이 사용하는 운동을 할 때 나타나는 '테니스 엘보'(외상과염) 또는 '골프 엘보'와 헷갈리기 쉽다. 팔꿈치에 통증을 느끼는 건 비슷하지만 원인과 치료방법이 다르다. 테니스 엘보는 장기간에 걸친 작은 충격이 누적되면서 팔꿈치에서 손바닥에 이르는 뼈를 싸고 있는 힘줄이 부분적으로 파열되는 게 원인이다. 이에 비해 팔꿈치 관절염은 목수나 기계 작업 등 손이나 팔 힘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면서 뼛조각이 생기고 팔꿈치가 점차 굳는 질환이다.
증상에도 차이가 난다. 테니스 엘보는 손목을 손등 방향으로 젖히거나 팔꿈치 바깥쪽 부위를 누르면 통증이 심해진다. 이에 비해 팔꿈치 관절염은 팔꿈치를 끝까지 굽히거나 펼 때 고통과 함께 뼈가 부딪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팔꿈치 관절염은 팔꿈치를 제대로 펴거나 굽히지 못하는 것도 특징이다. 테니스 엘보가 주로 30~50대 남녀 모두에게서 나타난다면 팔꿈치 관절염은 40, 50대 이후 남성에게 자주 발생한다.
또한 테니스 엘보는 손가락이 저리지 않은 데 비해 팔꿈치 관절염은 4, 5번째 손가락이 저리거나 갈퀴처럼 굽어 젓가락질이 어려워진다. 관절 주변이 정상적인 테니스 엘보에 비해 관절 주변에 떨어져 나온 뼛조각이 발견되는 점도 특징이다.
팔꿈치는 연골보다는 웃자란 뼛조각이 충돌이나 압박이 통증을 유발한다. 관절 안에 뼛조각이 늘면 팔꿈치의 운동 범위도 점차 줄지만 초기에는 별다른 불편이 없고, 진행 속도가 느리기 때문에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뼛조각 탓에 유연성이 사라지면서 관절을 둘러싸고 있는 관절낭이 굳어지고 골극이나 유리체(관절 내에서 이리저리 떠다니는 골극)가 형성되기 시작하면 팔꿈치를 원하는 대로 쓰기가 어려워진다.
◆무리한 팔 사용 피하고 보호대 착용해야
팔꿈치 퇴행성 관절염의 원인과 정도를 파악하려면 우선 문진을 통해 자세한 병력을 살피고, 직업 활동이나 스포츠 활동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X-선이나 CT(컴퓨터단층촬영) 사진 등은 팔꿈치 관절의 일치성과 골극의 유무, 떨어진 뼛조각인 유리체의 위치나 정도를 가늠할 수 있다.
관절염 초기에는 소염진통제나 물리치료 등을 통해 호전될 수 있지만 심한 골극이 나타나거나 여러 개의 뼛조각이 있을 경우 수술로 제거해야 한다.
팔꿈치 퇴행성 관절염 수술은 팔꿈치를 절개해 굳기 시작한 관절낭을 풀어주고 골극과 뼛조각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4, 5번째 손가락이 저리거나 젓가락질에 어려움을 느끼는 등 척골 신경이 눌린 경우에는 신경 감압술이나 이전술을 통해 손저림 증상이나 근육 위축 증상이 호전될 수 있다. 하지만 척골 신경 병변이 오래되고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수술 후에도 큰 효과를 보지 못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1, 2㎝가량 절개하는 관절 내시경 수술을 통해 골극이나 뼛조각을 없애는 수술을 많이 진행된다. 이 방식은 비교적 퇴행성 관절염으로 인한 강직이 심하지 않고 일상생활이나 업무에 빨리 복귀해야 할 경우에 효과적이다.
손저림이 심하고 손가락 힘이 약해진 경우에도 척골 신경 보호를 위해 적극적으로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제갈믿음 MS재건병원 원장은 "팔꿈치 관절염은 흔한 증상이 아니어서 확실한 치료방법이 없는 것처럼 알려져 있지만 초기에 발견 및 치료를 하면 상당 부분 호전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도움말 제갈믿음 MS재건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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