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득환 대구경북연구원 연구위원
대구시도 노인 인구가 늘어나면서 노인복지가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지금까지 상대적으로 소홀했던 노인 여가 부분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대구에는 노인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가 몇 군데 있다. 그 가운데 경상감영공원과 향촌동 일원은 대표적인 도심의 노인 집적지다.
경상감영공원 주변은 향촌동을 중심으로 무질서한 가로 경관과 노후화된 건물에 모인 사교 장소, 이들 시설에 의존한 노인 교제 문화로 인해 다소 어두운 이미지가 남아있다. 그럼에도 이 지역의 잠재성은 여전히 유효하다. 경상감영의 역사성과 향촌동의 근대문화 흔적 등으로 근대골목길 투어의 중요한 거점이며, 인근에는 북성로, 동성로와 대중 문화공간이 입지해 있어 여러 계층의 인구가 모여드는 곳이다.
따라서 노인복지에 대한 수요와 지역의 어두운 이미지, 도심의 잠재력을 동시에 가진 경상감영공원 주변지역을 대상으로 적절한 정책을 펼칠 필요가 있다. 최근 대구시와 중구청에서 시행하는 '테마가 있는 시범거리 조성'은 실버문화거리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진행 중이다. 이러한 사업이 지역 특성을 잘 반영하여 추진되면 대구시 노인 여가문화 여건 조성의 좋은 사례가 되며, 지역 이미지를 바꾸면서 젊은 유동인구도 증가시키는 도심재생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실버문화거리사업의 성공적인 수행을 위해서는 개념 정립과 방향 설정이 중요하다. 먼저 '실버'의 중의적(重意的) 성격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 '실버'는 특정한 세대를 지칭하는 의미로 쓰기도 하지만, 동시에 어떤 도시에서 과거의 기억을 가진 장소적인 정체성을 나타내는 용어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노인층만을 강조할 때 특정 공간으로 그들을 소외시킬 우려가 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후자도 함께 검토되어야 한다.
대구시 관련 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노인층만을 강조하기보다는 '복합공간'의 개념을 적극 도입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결과를 얻었다. 노인 세대들이 편안하게 장소와 공간을 사용하고 젊은 사람들도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하여, '실버' 세대를 배려하는 공간이면서 모든 연령층이 과거의 향수를 공감하는 장소로 자리매김해 나갈 필요가 있다.
실버문화거리의 공간적 범위는 장소적 정체성, 사업의 집중성, 동선의 용이성, 시설의 복합성을 고려하여 결정되어야 한다. 연결성 측면에서는 특히, 동성로와 북성로를 경계로 하여 중앙로 동편에서 젊은 인구가 자연스럽게 건너올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 젊은 계층이 가지는 미래, 활기, 창의 등의 문화가 실버 계층의 추억, 느림, 소박, 향수와 서로 조화를 이루어 새로운 문화가 창조될 수도 있을 것이다.
실버문화거리 조성을 위해서는 '실버문화'의 개념과 기본 방향에 맞는 공간 구상, 시설 만들기, 프로그램 운영의 3가지 요소가 필요하다. 공간 구상에서는 사인(Sign), 조명(Light), 가로 경관과 지역의 환경 개선 및 노후 건축물의 리모델링과 같은 내용을 담아 지역의 성격과 정체성을 결정짓는 근간을 이루도록 한다.
시설 만들기는 다방, 이발소, 식당, 영화관, 상담소, 건강시설, 일자리 알선 등과 같이 실버 계층이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것들이다. 민간이 가진 잠재력과 활력을 최대한 활용하되 각 시설은 사업 구역 내에 적절한 위치를 선정하여 배치해야 한다. 프로그램 운영은 기존의 시설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프로그램을 통해 시설 이용을 증진하는 아이디어도 필요하다. 아울러 실버문화거리 조성사업은 예산과 기간을 고려하여 단계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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