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구시향과 객원지휘자 '환상의 하모니'

입력 2016-06-12 18:43:06

이철우 작곡가·계명대 초빙교수

지난달 대구콘서트하우스는 대구시립교향악단에 외부 지휘자를 초청해 연주하는 특별기획연주회를 열었다. 마에스트로 임헌정이 지휘봉을 잡았으며, 협연자는 독일 베를린필하모닉의 수석 첼로연주자 마르틴 뢰어였다. 연주 곡목은 슈만의 '첼로협주곡 a단조'와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이었다.

특히 필자의 관심을 끈 것은 악보의 요구와 음악적 원칙에 엄격한 지휘자로 '한국 최고의 거장' '최고의 오케스트라 조련사(Trainer)'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니는 임헌정과 정확성보다는 화려함이 장점인 현재의 대구시립교향악단의 만남이었다.

마에스트로 임헌정은 현재 서울대 음악대학 작곡과의 지휘전공 교수이며, 제5대 코리안심포니의 음악감독과 상임지휘자를 겸하고 있고, 25년간 부천필하모닉오케스트라를 이끌면서 수많은 신화적 업적을 이룬 지휘자이다.

첼리스트 뢰어의 젠틀하면서도 화려한 기량이 돋보인 슈만의 협주곡 연주로 음악회가 시작되었다. 독일인 연주자가 이야기하듯 펼치는 슈만의 서정적인 사랑의 이야기가 꿈속의 이야기처럼 콘서트하우스의 공간을 휘감고 지나갔다. 첼로와 지휘자 그리고 관현악의 충분한 연습을 통해서만 가능할 법한 일체감에 아쉬움이 있었지만 특히 대구의 첼로 음악 마니아들에게 값진 선물이 되었을 것이라고 본다.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에서는 기대했던 '정확성에서 얻어지는 자극적인 음악의 힘'을 여러 부분에서 느낄 수 있었다. 지휘자와 호흡을 맞추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기에 약간의 아쉬움과 여유롭게 감동을 느낄 수 있었던 연주는 아니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객원지휘자와 4, 5회 정도의 연습을 하고 무대에 오르게 되는 프로 악단의 구조와 다양한 객원지휘자를 경험하지 못하는 대구시향의 현재 형편을 고려해 볼 때 필자에게는 대구시향의 열정과 극복 의지를 발견한 감동의 시간이었다.

특히 현악기의 일치된 타이밍과 파트별 유니즌이 주는 투명함과 앙상블의 차가운 하모니가 일품이었으며, '대구시향도 이런 소리를 가졌구나!' 하는 상쾌한 희열이 있었다. 오보에의 감성적인 아름다움이 돋보이고 관악기 군의 조화도 평소와는 다른 긴장감을 담고 있어서 미소를 머금게 했다. 2악장에서 몰아치는 왈츠의 열정이 정확히 이가 맞지 못했던 아쉬움을 앙코르로 2악장을 다시 연주함으로써 멋지게 마무리해준 점도 지휘자의 아름다운 배려로 느껴졌다.

세계의 많은 유명 오케스트라들이 객원지휘자 운영시스템을 통해서 악단의 연주 능력과 음악적 표현의 다양성에 대한 요구를 충족하고 있다. 하지만 대구시향의 이런 부분이 다소 미진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까닭에 이번에 시작된 '특별기획연주회 프로젝트'에 거는 기대가 매우 크고 성과를 응원하고 싶다.

특별히 객원지휘를 하지 않기로 소문난 마에스트로 임헌정의 첫 대구시향 지휘는 음악을 전공하는 사람으로서 무척 반갑고 기뻤다. 이어지는 7월 1일의 '비엔나 챔버 오케스트라 상임지휘자이며 세계적인 피아니스트인 슈테판 블라더'가 지휘와 피아노 협주자로 무대에 오를 '시리즈 II-모차르트와 베토벤'과 이어지는 프로그램에 거는 기대감도 남다르다.

콘서트하우스의 마니아로서 객석을 찾는 청중의 한 사람으로서, 단원들의 자율적인 표현력을 독려하는 코바체프 지휘자의 음악과 더불어 '객원지휘자'를 초빙해 정확한 표현력과 기량을 향상할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가지기를 기대한다. 아울러 음악적 다양성을 위해 추가적인 수고를 기꺼이 감수하는 교향악단 단원들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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