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주의 야생화 이야기] 열매가 쥐똥같이 생긴 향 좋고 꽃 좋은 쥐똥나무

입력 2016-06-08 18:49:23

새벽 운동을 다녀오는 길에 새소리, 아침 햇살, 그리고 어디선가 솔솔 불어오는 꽃향기의 진원을 찾아가 보았다. 바로 오늘 소개할 주인공 '쥐똥나무'이다. '쥐똥나무'는 이름이 그리 예쁘지 않다. 이름 때문에 삶이 억울한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처럼 야생화도 그렇다. 일단 촌스러운 이름을 가지면 그냥 부르는 것만으로 놀리는 듯한 기분이 든다. 식물의 경우, '애기똥풀' '명자나무' '노루오줌' '도둑놈의 갈고리' 등 촌스러우면서도 정겨운 이름이 있다. 그중 '쥐똥나무'도 이름 때문에 억울함으로 따지면 첫손가락에 꼽힐 것이다.

'쥐똥나무'에는 전혀 쥐가 살지 않는다. 붕어빵에 붕어가 들어 있지 않듯이…. 그러나 꽃이 피면 벌과 나비들이 찾는다. 그만큼 향기가 좋고 꽃이 좋다.

'쥐똥나무'는 원래 야생화지만 공해에 강해 도시에서 울타리로 많이 심는다. '쥐똥나무'꽃이 본격적으로 피는 시기인 6월 초가 되면 우리 동네는 '쥐똥나무' 꽃향기로 진동한다. 주변아파트 단지의 안팎 울타리목이 '쥐똥나무'로 심겨 있기 때문에 하얀 꽃이 피면서 향긋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꽃향기는 라일락 냄새와 비슷하다.

'쥐똥나무'에 대한 전설이 있다. "옛날 첩첩산중에 가난한 사람이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산에서 내려와 한 동네를 지나가다가 아주 커다란 대궐 같은 집을 지나가게 되었다. 그때 담 너머로 그 집의 주인인 듯한 사람이 고깃국에 하얀 쌀밥을 먹는 모습을 보고 침만 삼키고 지나갔다. 그날 이후로 쌀밥이 눈에 선하여 쌀밥 타령을 해보았지만 쌀 한 톨 먹어보지 못하고 죽었다고 한다. 그런 일이 있은 뒤 누군가가 그 사람이 다음 생애에는 절대로 배를 굶지 않는 중생으로 태어나길 지극정성 소원 했다고 한다. 그렇게 지극정성으로 빈 효험인지는 몰라도 정말로 그 사람은 다른 생을 가지고 태어났는데 다름 아닌 쥐로 태어나게 되었다. 그렇게 쥐로 태어난 그 사람은 이집저집 돌아다니며 쌀을 배불리 먹고살다가 어느 날 주인에게 죽임을 당했다고 한다. 이렇게 죽임을 당하면서 쥐로 환생했던 그 사람은 자신이 죽기 전에 일도 제대로 안 하고 또한 쥐로 환생한 뒤 남의 쌀을 훔쳐 먹은 죄를 뉘우치며, 그동안 쌀 훔쳐 먹고 싸질러 놓은 똥을 들고는 울타리나무 옆에 서서 참회를 하였다. 그렇게 하여 울타리로 심은 나무에서 쌀 같은 흰 꽃이 피며, 쥐똥 같은 열매를 맺는다 하여 '쥐똥나무'가 되었다는 전설이 있다. 식물학자들은 열매가 쥐똥처럼 생겨 '쥐똥나무'라 불렀다고 한다.

'쥐똥나무'는 한그루에 암꽃과 수꽃(작은 사진)이 각기 따로 있는 식물이다. 주로 수꽃에서 진한 향기를 만들어 벌들을 유혹한다.

'쥐똥나무' 열매는 남자에게 좋다고 해서 '남정실'(男貞實)이라고 하며, 남성 기운을 돋우는 민간약으로 으뜸이라고 한다. 특히 피로회복과 당뇨에 효험이 있다고 한다. 또한 남정실과 반대로 '광나무' 열매를 '여정실'(女貞實)부르는데 매서운 추운 속에서도 굴하지 않고 잎을 달고 있는 모습이 정절을 지키는 여자와 같기 때문에 붙여졌다.

'쥐똥나무' 우리 동네, 아파트 울타리나무로 흔히 볼 수 있는 나무이지만, 이름이 예쁘지 않아 그리 주목받지 못하는 나무이다. 주로 자기의 소임인 울타리 역할을 할 뿐 스타로 나서지도 주목받지도 못하는 '쥐똥나무', 사람 사는 사회에도 '쥐똥나무' 같은 울타리들이 많아야 하지 않을까. 그래야 마을, 아파트 공동체가 잘 유지되고 평온해질 것이다. 이번 주 '쥐똥나무'의 향기에 취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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