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사가 헌금 개인용도로 써도, 금지 규정 없으면 횡령 아냐"

입력 2016-06-06 20:30:37

목사가 교인 헌금을 개인 세금 납부 등 사적 용도로 썼더라도 교회 정관과 헌법에 이를 금지하는 규정이 없고 교회 자체 승인을 거쳤다면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남부지법 형사9단독 석준협 판사는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구로구 한 교회의 A(62) 목사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6일 밝혔다.

법원에 따르면 A목사는 2006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10년 동안 교회 헌금 9천여만원을 건강보험료, 아파트관리비, 재산세, 자동차세, 보험료 등의 명목으로 사용했다. 헌금 보관 계좌에서 건강보험료 등이 자동으로 빠져나가도록 이체하기도 했다.

교회에서 제명된 한 인사가 이 문제로 A목사를 고소했고, 검찰은 A목사의 행위를 업무상 횡령이라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재판부는 교회 정관에 헌금 용도를 제한하는 규정이 없고 교회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며 죄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석 판사는 "정관에 재정의 사용처를 특정 용도에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규정은 없다"며 "교회가 속한 교단에 따르면 목사 사택관리비, 재산세 등의 지원 여부는 개별 교회가 결정할 수 있고, 대부분 교회가 목사에게 보험료, 재산세 등을 지원하고 있으며 그것이 교회 헌법에 위반되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이어 "정관과 조사 결과에 의하면 교회는 담임목사에게 급여 외에 예산 및 교인의 승인을 거쳐 사택관리비 등을 지급할 수 있으므로 헌금 등이 보험료, 재산세 등에 사용된 점만으로 이를 횡령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고, 그 지출이 승인 없이 교인들의 의사에 반해 이뤄진 점이 증명돼야 횡령이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고 2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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