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고 축구부 32년 만에 해체, 영문고로 옮겨 명가 재건"

입력 2016-06-05 22:30:16

김진규·백지훈·김도균 등 국가대표 발굴한 명문고, 해마다 정원 줄어 운영난

안동고 축구부는 지난달 29일 청송군 진보생활체육관에서 열린 주말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이번 경기는
안동고 축구부는 지난달 29일 청송군 진보생활체육관에서 열린 주말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렀다. 이번 경기는 '고등리그 전기리그 최종전'으로 안동고는 7승 2무로 리그 2위를 기록했다. 안동고 축구부 제공
29년간 지휘봉 잡은 최건우 감독.
29년간 지휘봉 잡은 최건우 감독.

명문 안동고등학교 축구부가 창단 32년 만에 해체, 선수들이 새로운 둥지를 찾아 떠난다. 해마다 축구선수 신입생 정원을 못 채우기 때문이다. 비평준화 지역 명문고인 안동고는 해마다 축구부에 대해 찬반이 엇갈리고 그에 따라 축구부 정원은 해마다 줄어들면서 올해부터는 최소 15명을 채우지 못할 정도로 정원이 줄어든 것. 1987년(창단 1984년)부터 지금껏 지휘봉을 잡아 온 최건욱(58) 감독을 만나 축구부 해체의 속 이야기를 들어봤다.

◆전국대회 13회 우승, 4강 진출도 38회

"영문고등학교로 축구부를 옮기게 됐지만 선수들이 더 좋은 조건으로 운동할 수 있게 돼 내심 다행입니다."

최 감독은 오는 9월 1일부터 영문고등학교로 축구부를 옮긴 데 대해 섭섭하지만 다행이라고 전했다.

그의 지휘 아래 축구부는 29년 동안 전국대회 우승을 13회 차지했다. 준우승 7번, 권역별 대회를 제외한 전국대회 4강 이상 성적만 38회나 된다. 국가대표로 발탁됐던 김진규(32'태국 파타야), 백지훈(32'수원 삼성), 김도균(40'울산 현대 코치) 등이 안동고 출신이다.

하지만 최소 정원도 못 맞추는 상황에서 축구부 운영은 갈수록 힘들어졌다. 올해 신입 부원이 8명에 불과했고, 내년에는 7명으로 줄어든다. 이 때문에 최 감독은 최근 체육 중점학교로 선정된 같은 지역의 영문고와 축구부 이전협상을 타결했다.

◆영문고에서도 전국 1등, 역사관도 만들 것

최 감독은 영문고에서도 '명문'이라는 수식어를 이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 일들이지만 막상 안동고를 떠나려니 밤잠을 설칠 정도로 섭섭하다"며 "영문고로 옮겨서도 전국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세계적 선수를 배출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최 감독은 자신의 젊음을 바친 안동고 축구부를 기억하고 졸업생들의 아쉬움을 달래고자 '안동고 축구부 역사관'도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이를 위해 사비를 털어 안동시내에 땅도 구입해뒀다고 한다.

그는 학원 축구 발전의 저해 요소가 '낮은 자립도'라고 지적하며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다.

최건욱 감독은 "안동은 초등, 중등, 고등, 대학까지 축구부가 있는 몇 안 되는 지역"이라면서 "열악하기 그지없는 학원 축구가 지역의 명물이 될 수 있도록 후원회 등 시민들의 아낌없는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체육중점학교 영문고, 영국 지도자 초청 축구교실

체육중점학교인 영문고등학교는 지난달 31일 안동 용상동 풋살구장에서 글로벌 스포츠 인재 육성을 목표로 영국 축구전문지도자들을 초청해 '유럽축구연맹'(UEFA) 영어축구캠프를 열었다.

이에 앞서 지난달 30일 ㈜씨제이에이치케이글로벌(대표 김정훈)과 UEFA 영어축구캠프 및 해외 대학 진학 관련 업무협약을 체결한 영문고는 체육중점학급 학생들을 중심으로 유럽축구연맹(UEFA)소속 코칭 스태프 4명의 강사로부터 포지션별 전문수업과 영국의 선진축구 전문기술을 배웠다.

특히 학생들은 초청된 영국 축구코치들의 지도를 받으면서 영어도 함께 배워, 앞으로 글로벌 체육지도자로 성장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

창의인성교육을 강조하는 영문고는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스포츠교육을 통해 학생들이 바른 인성을 함양하고 창의적으로 자신의 진로를 탐색함과 아울러 학생들에게 학습 동기를 부여할 수 있는 전문프로그램을 앞으로도 계속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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