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째 학부모 대상 강좌 여는 '꽃꽂이 선생님'

입력 2016-06-05 22:30:16

대구 혜화여고 손순옥 교사, 평생교육 어머니 꽃꽂이 교실

지난달 30일 대구 혜화여고 가사실에서 열린 꽃꽂이 수업에서 학부모, 주민 등 40여 명의 수강생이 손순옥 교사의 꽃꽂이 시범에 열중하고 있다. 허현정 기자
지난달 30일 대구 혜화여고 가사실에서 열린 꽃꽂이 수업에서 학부모, 주민 등 40여 명의 수강생이 손순옥 교사의 꽃꽂이 시범에 열중하고 있다. 허현정 기자

지난달 30일 오전 대구 혜화여자고등학교 가사실. 40여 명의 수강생이 탁자에 메리골드, 연분홍 장미, 옥시 등의 꽃을 올려놓은 채 손순옥(59) 교사의 시범에 집중했다. 이날 꽃꽂이 주제는 꽃을 두 부분으로 나누어 꽂는 '분리 기본형' 실습. 손 교사는 먼저 수강생들에게 재료로 쓰이는 꽃들의 꽃말을 알려주고 나서 화기(花器)를 앞뒤로 놓았다. 이어 진한 노란색의 메리골드와 분홍빛이 도는 장미를 좌우로 보이도록 배치해 따뜻한 색감을 강조했다.

혜화여고에서 약 20년간 운영 중인 '평생교육 어머니 꽃꽂이 교실'이 교사와 학부모, 주민 간 따뜻한 정을 나누는 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가사실에서 방학을 제외하고 매주 월요일마다 꽃꽂이 수업을 진행하는 강사는 다름 아닌 손순옥 영어과 교사다.

젊은 시절부터 교회 제단 봉사를 하며 꽃꽂이에 관심이 많았던 손 교사는 1994년부터 교내 꽃꽂이 동아리 학생을 대상으로 꽃꽂이를 가르쳤다. 그러다 당시 전국 각 시도교육청에서 학교를 중심으로 한 평생교육이 강조됐고, 1998년 4월 혜화여고에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꽃꽂이 교실이 생겼다.

학부모를 대상으로 시작한 꽃꽂이 수업은 점차 소문이 났고 얼마 안 가 인근 주민까지 찾아왔다. 창단 당시 혜화여고 학부모였던 수강생 몇몇은 지금까지 수업을 듣기도 한다.

외환위기, 금융위기 등 경기가 좋지 않을 때는 꽃꽂이 수업을 진행하기 어려웠던 적도 있다. 꽃꽂이는 사치스럽다는 주위의 시선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꽃이 주는 위로와 아름다움에 빠진 학부모, 주민들은 손에서 꽃을 놓기 어려웠다.

김혜선(58) 꽃꽂이 교실 회장은 "조용했던 집안에 매주 새로운 꽃을 놔두면서 가족 간 대화거리가 늘었고 집 분위기가 밝아졌다"며 "손순옥 선생님은 제 딸 아이의 고1 담임선생님이자 꽃을 통한 기쁨을 알려준 나의 스승이기도 하다"고 했다.

손 교사는 지난 세월동안 수차례 교내외 꽃 전시회를 기획하면서 꽃꽂이 교실을 혜화여고의 자랑으로 자리매김시켰다. 이 때문에 혜화여고 현관, 교장실, 교무실 등 곳곳에는 손 교사의 손길을 거친 작품들을 쉽게 볼 수 있다.

손순옥 교사는 "앞으로도 학부모들을 비롯한 이웃에게 꽃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삶의 활기를 깨닫도록 도와주고 싶다"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동시에 학부모, 주민들과 오랫동안 깊은 인연을 맺을 수 있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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