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법안 홍수 사태, 20대 국회도 19대 국회 재판되나

입력 2016-06-05 21:36:57

20대 국회에서도 '법안 홍수'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아직 원(院) 구성도 안됐지만 지난달 30일 개원 이후 이달 3일까지 발의된 법률안은 무려 100건에 이른다. 이는 같은 기간 동안 19대 국회 56건, 18대 23건, 16대 6건, 15대 0건 등에 비해 엄청나게 늘어난 것이다. 이 추세대로라면 20대 국회는 법률안 발의 건수에서 역대 최고 기록을 세울 수 있을 것 같다. 여야가 개원에 앞서 국민에게 약속한 대로 '일하는 국회'를 만들기로 단단히 작정한 모양이다.

반가운 일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전혀 그렇지 않다. 국회법은 해당 법률의 시행으로 비용 지출이 예상될 경우 원칙적으로 비용 추계 자료를 제출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이를 지킨 법안은 100건 중 고작 5건이다. 나머지 95건 중 48건은 국회 예산정책처에 비용추계 요구서를 제출해 그나마 국회법 규정을 지켰으나 이를 제외한 47건은 비용추계서를 첨부하지도, 요구서를 제출하지도 않았다. 국회의원 자신도 얼마나 비용이 들지 모르는 법안을 무조건 제출했다는 얘기다.

그뿐만 아니라 '재탕' 법안도 상당수에 이른다. 노인복지지원청을 신설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안(새누리당 홍문표 의원 대표 발의), 시'도가 지역별 특징적 산업에 맞춤형으로 규제를 없애는 '규제프리존 특별법'(이학재 의원), 공공기관과 지방공기업의 청년 의무고용률을 3%에서 5%로 높이고, 일정 규모 이상의 민간기업에 매년 정원의 3% 이상을 청년으로 고용하도록 한 '청년고용촉진 특별법 개정안'(더불어민주당 박남춘'노웅래 의원) 등은 모두 19대 국회에서 발의됐다가 폐기된 것이다.

이런 사실은 국회의원들이 법안을 많이 발의하면 일을 잘하는 것으로 착각하고 있거나, 법안 발의를 열심히 일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수단으로 여기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즉 이제 법안 발의마저 포퓰리즘으로 흐르고 있다는 얘기다. 이는 진정한 의미의 '일하는 국회'와 거리가 멀다. 오히려 국회의 권한을 남용하는 법안을 양산할 가능성이 높다. 청년고용촉진특별법 개정안이 바로 그렇다. 일하는 국회를 만들려면 우선 '보여주기식' 법안 발의부터 지양해야 한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