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박난 서문야시장 명암] 100만명 몰려 "와∼"…발길에 치이는 쓰레기 더미 "우∼

입력 2016-06-05 19:34:34

흥행에는 일단 성공, 해결과제도 많아

5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 야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매대에서 음식을 주문하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사진 왼쪽) 5일 대구 서문야시장 거리. 매대와 거리에 쓰레기통이 마련돼 있지만 바닥 곳곳에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사진 오른쪽)
5일 오후 대구 서문시장 야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매대에서 음식을 주문하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사진 왼쪽) 5일 대구 서문야시장 거리. 매대와 거리에 쓰레기통이 마련돼 있지만 바닥 곳곳에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사진 오른쪽)

서문시장 야시장(이하 서문야시장)이 말 그대로 '대박'이 났다. 개장일을 비롯해 첫 주말 동안 100만 명이 몰려들어 시민들의 관심을 실감케 했다.

대구시 관계자는 "개장 첫날 10만여 명이 다녀갔다는 매일신문 보도를 본 뒤 많은 사람들이 그보다 훨씬 많았다는 말을 전해왔다"며 "평소 서문시장 이용객이 7만~8만 명인데 최소 3, 4배는 방문했을 것으로 본다. 시간도 자정까지로 평소보다 6시간가량 늘었기 때문에 사흘간 최소 80만 명, 최대 100만 명까지도 추산할 수 있다"고 했다.

일단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무질서한 구매 대기 행렬이 다른 행인들의 통행을 가로막고, 야시장 손님들이 기존 시장 점포의 영업을 의도치 않게 방해한 점 등은 해결과제로 꼽혔다.

◆사람에 떠밀려 음식 구경도 못해

야시장 폭 12m의 통로를 가득 메운 쇼핑객들은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방불케 했다. 통로를 반으로 나눴을 때 매대 쪽(건어물상가 앞쪽) 절반의 공간은 음식이나 상품을 구매하려는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나머지 절반은 야시장을 살피는 행인이나 구매를 마친 손님들이 다른 매대를 향해 이리저리 움직였다. 행인들은 앞사람이 한두 걸음을 옮긴 후에야 따라서 이동할 만큼 더디게 움직였다.

회사원 김병현(48) 씨는 "붐빌 것으로 예상은 했지만 사람이 너무 많아 다니기도 힘들었다. 오도 가도 못한 채 가득 찬 인파에 정신이 없을 정도였는데 통제하는 사람도 없었다"고 푸념했다.

첫날에는 야시장 폐점 시간인 자정 이전에 장사를 마치는 매대가 속출했다. 도중에 '브레이크 타임'(Break Time'휴식시간)을 선언하며 간판을 끄고 재료를 준비하는 곳도 있었다.

셀러 김형근(29'낙문꼬치) 씨는 "개점 2시간 만에 300여 명에게 꼬치를 판매하자 재료가 동나 다음날 쓸 재료를 더 꺼냈다. 동시에 15개씩 구웠는데도 손님이 줄어들지 않았다"고 했다.

대학생 권미진(21) 씨는 "음식을 사는 것도 쉽지 않았다. 줄이 워낙 길어서 좁은 통로를 오가는 사람들에게 계속 치였다"며 "사람들 틈에 끼어서 움직이다 보니 무슨 음식을 파는지도 확인하기 힘들었다. 매대 위에 음식 사진을 크게 붙여서 멀리서도 볼 수 있게 하면 좋겠다"고 했다.

◆방문객들 더 힘들게 만드는 얌체족들

구름 인파에 상인들도 매출 벼락을 받았다. 3, 4일 이틀 동안만 서문야시장 셀러들이 거둔 매출은 매대당 200만~3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를 바탕으로 서문시장상인연합회 측은 주말 사흘간 8억4천만원의 매출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방문객에 비해 전체 매출이 예상만큼 높지 않은 것은 구매 대기시간이 길어 중간에 포기하거나 구경만 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기존 상인들도 특수를 톡톡히 누렸다. 서문시장 명물인 납작만두와 잎새만두, 떡볶이 등을 맛보려는 손님이 서문시장 안쪽까지 방문하면서 음식점과 노점도 북새통을 이뤘다.

시민들은 서문야시장의 다양한 먹을거리와 살 거리, 공연에 매우 만족한 눈치였다. 주부 김혜숙(35) 씨는 "밤에 놀 거리가 생겨서 너무 좋다. 자녀와 나눠 먹으려고 20분을 기다려 산 대패삼겹말이도 정말 맛있어 만족스럽다. 사람이 줄어들 때쯤 다시 오고 싶다"고 말했다.

주부 박희주(35) 씨는 "음식을 먹고 난 뒤 포장지를 버릴 쓰레기통이 없어서 한참을 헤맸다"며 "결국 한두 명이 길바닥에 버리다 보니 너나없이 마구 버렸다"고 안타까워했다.

음식을 구입하기 위해 사람들이 길게 늘어선 모습을 보면서도 매대 뒤편으로 와서는 "시식은 안 되냐?"며 묻고 시식만 한 뒤 다른 매대로 가버리는 얌체족도 보였다.

◆기존 상가 상인들은 "연장 영업 필요한가?"

서문야시장은 일단 흥행에는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대박의 이면에는 불만의 목소리도 적잖았다. 특히 야시장 운영에 발맞춰 연장 영업에 동참한 주변 상인들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매대 뒤편 건어물상가 앞과 서문시장 2지구'동산상가 내부는 행인과 방문객들의 피신처가 돼 버렸다.

야시장 통로가 인파로 가득 차자 마음 급한 행인들이 건어물상가 앞 보도나 상가 복도로 밀려들었고, 이 탓에 건어물상가 상인들은 손님을 받지 못하거나 행인들 발에 채던 진열상품을 치우는 불편을 겪었다. 한 건어물 상인은 "건어물상가 점포는 이르면 오전 3시부터 문을 열다 보니 연장영업을 하기 힘들다는 상인도 많고, 장사도 안 되는데 늦게까지 문을 열 필요가 없다는 상인도 많다"고 했다.

서문시장 2지구와 동산상가 상인들도 상가에 들이닥친 야시장 손님에게 화장실을 안내하기 바빴다. 2지구 한 의류점 상인은 "오후 9시까지 연장영업할 동안 손님이 겨우 한 명만 왔다. 그마저도 가격만 물어보고 가는 데 그쳤다. 이럴 거면 우리는 예전처럼 오후 6~7시에 폐점하는 편이 낫다"며 "앞으로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효과적인 상생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먹고 쉴 공간 턱없이 부족

많은 시민들은 먹거나 쉴 장소가 턱없이 부족하다고 불편을 토로했다. 320m 길이 통로 전역에는 단 한 군데에 파라솔 의자가 20여 개가 설치돼 있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인파를 피해 벽에 기대거나 매대 사이에서 음식을 먹는 이들이 즐비했다. 주부 이연수(34) 씨는 "4살짜리 아이가 힘들어해 음식을 마음 놓고 먹이지 못했다. 또 아이를 놓쳐 잃어버리기라도 할까 봐 걱정됐다"고 했다.

매대에서 뻗어나온 수십 명의 대기 행렬이 행인의 통행을 막는 점도 문제였다. 대기 행렬이 바로 옆 매대 앞을 침범하기 일쑤고, 행인들이 대기자들 사이사이로 지나다니는 모습도 흔했다.

한편 대구시와 서문시장 측은 개장 특수가 잦아들 때쯤 평균 방문객 수를 파악해 필요한 시설을 보충할 계획이다. ▷매대 앞에 이동식 간이 울타리 설치 ▷약자를 위한 휴식'식사 공간을 3곳 전후로 확충 ▷서문시장 상가 내 어린이 쉼터 활성화 등을 계획하고 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