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조건 가덕도로" 서면에 몰린 시민들 '집단 억지'

입력 2016-06-02 22:08:17

부산 신공항 유치 촛불집회 현지 취재

2일 오후 부산 서면에서 열린 가덕도 신공항 유치염원 범시민 촛불행사에 참여한 부산 시민들이 막말과 지역 갈등을 조장하는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2일 오후 부산 서면에서 열린 가덕도 신공항 유치염원 범시민 촛불행사에 참여한 부산 시민들이 막말과 지역 갈등을 조장하는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영진 기자 kyjmaeil@msnet.co.kr

부산의 영남권 신공항 주장은 논리가 통하지 않는 '일방통행식' 이었다.

본사 취재진은 가덕 신공항 유치 범 시민 촛불행사가 열린 2일 부산을 찾았다. 하지만 차분하게 이달 말로 예정된 영남권 신공항 입지 발표 결과를 기다리는 대구경북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유치 열기'를 넘어선 '분노(?)의 감정'이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었다.

정당하고 객관적으로 영남권 입지 선정을 하면 당연하게 가덕도가 될 수밖에 없고 밀양이 되면 '대국민 사기극'이란 부산시와 부산 정치권의 왜곡된 주장이 부산 시민들에게 상당한 설득력으로 다가와 있었다. 이에 따라 가덕도가 불리하다는 정보가 나올 때마다 부산시민들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제대로만 하면 가덕이지."

이날 오후 3시쯤 찾아간 부산시 강서구 가덕도. 부산이 내세운 신공항 입지와 접한 대항동 새비지마을 근처 낚시가게에 동네 주민 대여섯이 모여 공항 이야기로 꽃을 피우고 있었다. 가게 주인 정모(56) 씨는 "이제 내 가게는 활주로가 된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지역 이기주의를 버리고 나라를 생각해야 한다. 그게 박정희 전 대통령의 뜻이 잇는 길"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주민은 "공정하게만 하면 가덕도에 신공항이 올 수밖에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방문한 부산 서면의 분위기는 '반정부 투쟁' 분위기로 뜨거워져 있었다.

'정부 입김으로 엉터리 용역 결정, 360만 이름으로 처단한다', '나라가 망하지 않으려면 밀양 공항은 결사적으로 막아야 한다'란 내용을 담은 피켓과 현수막이 곳곳에 걸려 있었다. 6시부터 몰려들기 시작한 행사 참가자들은 8시에 이르자 5천여 명으로까지 불어났다.

여기에서 만난 시민들의 반응도 가덕과 비슷했다.

박모(37) 씨는"솔직히 영남권에서 갈 곳이 부산 빼고 어디 있냐. 영남권 여행 계획 세우면 다들 부산 오려고 하지. 괜히 어설픈 데 공항 짓고 이도 저도 안 되는 것보다 부산 밀어주는 게 낫다. 솔직히 밀양에 지어도 다 부산 오는데 뭐 하러 귀찮게 밀양에 짓나" 라고 말했다.

김모(28) 씨는 "대구도 공항 있는데 대체 왜 부산이 가져가야 할 공항에 욕심내는지 모르겠다. 원래 김해공항이 좁고 낡아서 시작한 사업이고 우리가 주도한 일이다. 대구가 중간에 끼어들어 부당이익을 취하려고 하는 것 아니냐"라고 주장했다.

행사장 단상에 올라온 시민단체 대표들도 "만약 밀양 신공항으로 결정 나면 부산이 가만있을 줄 아느냐. 죽기를 각오하고 김해공항을 지키자"는 등의 원색적 발언을 쏟아내며 시민들을 자극했다.

일부 시민들이 '말 조심하자', '말이 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단상 마이크 소리에 묻혀 버렸다.

부산을 제외한 영남권 시도 관계자들은 "서병수 부산 시장은 가덕도에 신공항이 안 되면 사퇴한다는 공약을 했고 상당수 부산 국회의원들도 비슷한 정치적 입지를 갖고 있다"며 "결국 부산 정치권은 가덕도가 아니면 정부가 불공정한 잣대로 영남권 신공항을 선정했다는 책임회피성 '출구전략'을 세울 수밖에 없고 상당수 시민들이 동조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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