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형자들이 편안하게 자신을 되돌아보는 명상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대구구치소 종교실이 한 중견 화가의 도배 재능기부로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칙칙한 벽지가 사라진 대신 차분한 분위기가 감도는 한지로 벽이 채워진 때문이다.
재능기부의 주인공은 양향옥 한국화 작가. 양 작가는 "최근 새로 마련한 작업실에 벽지 대신 한지를 붙였는데 특유의 아늑함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어 이 같은 분위기가 꼭 필요한 곳이 어딘지 고민하다 구치소를 찾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알고 지내던 대구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에게 자신의 생각을 얘기했다. "제 손으로 수형자들을 위한 방을 아늑하게 꾸며 드리고 싶어요. 따뜻한 마음만이 그들의 상처를 부드럽게 어루만질 수 있겠지요." 한지로 도배된 양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했던 판사는 대구구치소 관계자에게 이같은 생각을 전했다. 대구구치소 관계자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양 작가는 지난달 27일 구치소를 방문해 종교실 벽지 교체 작업을 시작했다.
여성 수형동에 있던 종교실은 1주일에 한두 차례 스님과 신부 등 종교인이 방문해 수형자를 상대로 종교활동을 벌이는 장소다. 하지만 낡은 벽지에 분위기도 다소 칙칙했다. 양 작가는 기존 벽지를 모두 뜯어내고 한지를 새로 입혔다. 자신의 작품도 기증했다. 맑은 황토색 한지를 사용해 차분하면서도 한지 특유의 운치가 종교실에 감돌았다. 양 작가의 뜻에 동조한 이수성 음악치료사는 CD플레이어와 명상에 도움을 주는 CD를 무료로 기부했다. 작업이 끝난 뒤 구치소 관계자들은 양 작가에게 고마움을 감추지 못했다.
양 작가는 "쇠창살로 차갑게 닫혀 있던 종교실이 새롭게 바뀌는 모습을 보니까 어떤 작품을 할 때보다 마음이 행복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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