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의 따뜻함으로" 양형옥 작가, 대구구치소 도배 재능기부

입력 2016-06-02 19:45:58

대구 구치소 종교실이 한지 벽지로 교체돼 수감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양향옥(왼쪽에서 두번째) 한국화 작가의 재능 기부로 벽지 교체가 진행됐고 칙칙하던 실내가 따뜻하고 아늑한 공간으로 변신했다.
대구 구치소 종교실이 한지 벽지로 교체돼 수감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양향옥(왼쪽에서 두번째) 한국화 작가의 재능 기부로 벽지 교체가 진행됐고 칙칙하던 실내가 따뜻하고 아늑한 공간으로 변신했다.

"수형자들이 편안하게 자신을 되돌아보는 명상 공간을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대구구치소 종교실이 한 중견 화가의 도배 재능기부로 새로운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칙칙한 벽지가 사라진 대신 차분한 분위기가 감도는 한지로 벽이 채워진 때문이다.

재능기부의 주인공은 양향옥 한국화 작가. 양 작가는 "최근 새로 마련한 작업실에 벽지 대신 한지를 붙였는데 특유의 아늑함과 편안함을 느낄 수 있어 이 같은 분위기가 꼭 필요한 곳이 어딘지 고민하다 구치소를 찾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평소 알고 지내던 대구지방법원의 한 부장판사에게 자신의 생각을 얘기했다. "제 손으로 수형자들을 위한 방을 아늑하게 꾸며 드리고 싶어요. 따뜻한 마음만이 그들의 상처를 부드럽게 어루만질 수 있겠지요." 한지로 도배된 양 작가의 작업실을 방문했던 판사는 대구구치소 관계자에게 이같은 생각을 전했다. 대구구치소 관계자도 흔쾌히 받아들였다.

양 작가는 지난달 27일 구치소를 방문해 종교실 벽지 교체 작업을 시작했다.

여성 수형동에 있던 종교실은 1주일에 한두 차례 스님과 신부 등 종교인이 방문해 수형자를 상대로 종교활동을 벌이는 장소다. 하지만 낡은 벽지에 분위기도 다소 칙칙했다. 양 작가는 기존 벽지를 모두 뜯어내고 한지를 새로 입혔다. 자신의 작품도 기증했다. 맑은 황토색 한지를 사용해 차분하면서도 한지 특유의 운치가 종교실에 감돌았다. 양 작가의 뜻에 동조한 이수성 음악치료사는 CD플레이어와 명상에 도움을 주는 CD를 무료로 기부했다. 작업이 끝난 뒤 구치소 관계자들은 양 작가에게 고마움을 감추지 못했다.

양 작가는 "쇠창살로 차갑게 닫혀 있던 종교실이 새롭게 바뀌는 모습을 보니까 어떤 작품을 할 때보다 마음이 행복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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