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이 끝나면 출연진과 스태프들이 함께 회식자리를 가진다. 그동안의 수고를 격려하고 작품에 대한 품평회도 하는 자리이다. 자리가 진행되다 보면 조명감독인 필자에게도 배우들이 말을 걸어온다. "감독님 오늘 조명 너무 좋았어요"라고 인사를 하면서 말이다. 그러면 그냥 "감사합니다"라고 하면 되지만 장난기가 발동한 필자는 질문을 주신 분들에게 다시 묻는다. "제 조명이 좋다고요? 어디가 좋다는 말씀이시죠?" 십중팔구 질문을 주신 분들은 당황한다. 그때 "제 조명이 좋은 이유는 바로 당신을 비추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한다. 그러면 그 자리는 모두 웃으며 즐거운 분위기가 된다. 필자는 작품 속에서 빛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이다. 그 빛이 무대에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것은 모두 배우를 비추기 때문이다.
경험이 부족한 일부 배우들은 가끔 자신들이 무대 위에서 얼마나 빛나고 있는지 스스로는 잘 모를 때가 많다. 화려한 조명과 웅장한 무대세트에 위축되어 있기 때문이다. 무대가 아닌 현실에서도 지금 막 사회에 진출한 청년들은 여러 가지 문제로 위축되어 있다. 하지만 삶이라는 무대에 주인공인 '우리'가 없다면 아무 의미가 없음을 알아야 한다. 반대로 일부 배우들은 무대에서 자신이 주인공이라는 생각이 너무 강해 모든 것이 본인 위주로 돌아가기를 원한다. 스케줄을 무조건 본인에게 맞춰야 한다거나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연습을 반복해서 하는 시간이면 옆으로 빠져 특별한 대우를 받기를 원한다. 하지만 작품이라는 것은 주연급 배우 몇 명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주연이 있다면 조연이 있어야 하고 작품을 만드는 수많은 스태프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고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관객이 있기 때문에 하나의 작품이 완성되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우리들이 사는 세상도 혼자서는 아무 의미가 없다. 많은 사람들이 방송에 나와 자신을 사랑하라고 이야기하고 혼자 음식을 맛있게 먹는 법을 이야기한다. 핵가족 사회를 넘어 1인 가구 형태가 많아지면서 자신 위주로 생각하는 풍조가 만연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사람들은 자신이 불편한 것을 매우 싫어한다. 이웃을 생각하는 마음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요즘 생기고 있는 흉악범죄의 시작일 수도 있다.
무대 위의 주인공이 박수받고 사랑받아야 마땅하지만 하나의 작품을 위해서는 주인공 혼자 모든 것을 할 수 없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도 나 스스로가 행복해야 하지만 내 이웃이 없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삶이라는 작품의 완성을 위해서 꼭 우리 모두가 함께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