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승(1973~ )
꿈이 현실이 되려면 상상은 얼마나 아파야 하는가.
상상이 현실이 되려면 절망은 얼마나 깊어야 하는가.
참으로 이기지 못할 것은 생활이라는 생각이다.
그럭저럭 살아지고 그럭저럭 살아가면서
우리는 도피 중이고, 유배 중이고, 망명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뭘 해야 한다면
중략
그래서 버스에서 전철에서 방에서 의자에서 자고 있지만
참으로 모자란 것은 생활이라는 생각
당신은 가끔 한낮에 칫솔을 물고 멍하다. 오후엔 뜨거운 공기 한 그릇을 추가했다. 할 말 못 하고 살지만 한잠 자고 생각하자. 담배를 계속 피우는 것은 한숨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 배꼽은 안 보고도 그릴 수 있다. 그러는 거 아니야, 나 안 볼 거야? 저한테 왜 이러세요? 숲에 숨겨놓은 우주복도 없다. 그래도 집에 가서 죽을래요. 날아다녀야 하는데 걸어다니는 하루살이들. 하루살이가 저녁에 입으로 들어온 적이 있다. 차를 견인당하면 애인을 박탈당하는 기분이다. 내 베개는 고양이가 웅크리고 앉았던 자리만 푹 꺼져 있다. 오십 번째 그 계단엔 말라죽은 귀뚜라미의 눈꺼풀이 가득하다. 당신은 눈을 감고 있지만 눈동자는 늘 움직이고 있다. 당신은 내가 곁에 없으면 쉽게 잠들지 못한다. 당신이 곁에 없으면 잠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사람의 눈으로 뒤척인다. 생활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