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현철의 '별의 별이야기' ] 영화 '계춘할망' 배우 김고은

입력 2016-06-01 17:5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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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런 감정으로 연기했어요'라고 얘기해도 관객이 그 자체를 느끼지 못하면 소용없잖아요. 관객이 제 연기에 설득을 많이 당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많아졌어요."

배우 김고은(25)의 목표는 확실하다. 그는 "연기의 기복을 없애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영화 '은교'로 데뷔한 김고은은 이후 이미지가 세고 강한 역할 연기만 해왔다. 동생을 데려간 살인마를 쫓는 '몬스터'의 복순, 출생의 비밀을 간직한 채 무공을 쌓은 '협녀: 칼의 기억'의 홍이, 태어나 버려진 뒤 뒷골목에서 범죄자로 길러진 '차이나 타운'의 일영 등등 기본적으로 몸을 혹사해야 하는 역할들이 많았다.

솔직히 몇몇은 '은교' 속 그 이미지를 지우기 위한 발버둥이라고 깎아내리지만 그의 의도는 다르다. 진지하다. 차근차근 배우의 길을 걷는 동료들을 향한 미안함의 다른 표현이라고나 할까?

"차근차근 올라오는 친구들을 보면 존경스러워요. 신인들은 보이지 않는 터널을 걷는 것과 똑같은데 그 일을 해내고 나온 거잖아요. 많은 사람이 대부분 그런 경로를 택해요. 전 '은교'에 참여하기 전 단편영화 2편 정도밖에 못 찍었어요. 사실 과거에는 독립영화를 열심히만 하는 게 20대 계획이었는데, 그런 과정이 없는 상태에서 프로라고 불리게 된 거죠. 프로로서 갖춰야 하는 걸 못 갖췄다고 생각했는데 이 세계에서 일하니 저를 내던지려고 했던 것 같아요."

한동안 센 역할만 하던 김고은은 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에 이어 영화 '계춘할망'으로 새로운 모습을 선보인다. 12년의 과거를 숨긴 채 집으로 돌아온 수상한 손녀 혜지(김고은)와 오매불망 손녀를 기다린 계춘 할망(윤여정)의 이야기를 그린 가족 감동 드라마다. 새로운 모습을 보인 것 자체도 좋긴 하지만 특히 "할머니가 좋아한다"며 무척이나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외국에 살 때 1년에 한 번씩 한국에 와서 할머니를 만나는 게 연중행사였죠. 할머니는 제게 너무 큰 사람이거든요? 멋진 여성상이었어요. 제가 성인이 되어서 본받아야 할 것 같은 분이셨죠. 영화 보면서 눈물을 쏟아내겠지만, 할머니를 시사회에 처음으로 초대한 것 자체가 큰 행복이에요.(웃음)"

"영화를 5년 동안 했는데 드라마 한 편의 힘이 크다는 걸 실감했다"는 김고은은 "예전에는 평소에 길을 다닐 때 수더분하게 하고 다녀도 긴가민가하던 사람들이 많았는데 요즘은 확신에 차서 알아본다"고 즐거워했다.

하지만 인기가 많아진 탓인지 인터넷 지라시 속 김고은은 안하무인이 됐다. 김고은은 속내를 감추지 않았다.

"정말 정말 그게 가장 속상했어요. 각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들이 있는데 저는 그게 배우로서의 태도라고 생각해요. 연기할 때 자세나 선배들을 대하는 태도를 중요하다고 보는데 그 반대의 이야기가 들리니 억울하고 혼란스럽더라고요. 선배들을 찾아가 '이런 얘기가 들려서 속상하다. 잘못한 게 있으면 꾸짖어 달라'고까지 했죠. 하지만 '그런 루머 안 듣는 사람 없다. 신경 쓰지 말라'고 하시더라고요. 적어도 나와 3~4개월 일한 스태프들이 나를 좋게 얘기해주고 믿어주며 내 편이 된다면 그것으로 만족해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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