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진료실을 찾는 환자 중에는 '담이 들었다', '근육이 뭉쳤다', '담이 돌아다닌다'는 등의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꽤 많다. 이는 지속적인 긴장 스트레스와 운동 부족, 나쁜 자세, 과도한 일 등으로 인해 통증을 호소하는 근근막통증증후군의 증상이다. 원인은 근육이나 근막 속에 통증을 유발하는 아주 작은 압통점인 '통증유발점'으로 인한 것으로, 한 개 혹은 여러 개의 근육에서 생긴다. 근육 내 통증유발점은 딱딱한 띠 모양으로 만질 수 있는데 이곳을 누르면 환자가 깜짝 놀랄 정도로 심한 통증을 느낀다. 누르는 부위뿐만 아니라 멀리 떨어진 부위에도 연관통이나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
초기에 가벼운 증상인 경우 찜질이나 운동요법, 마사지, 물리치료, 약물치료 등으로 쉽게 치료될 수 있지만 만성인 경우 통증유발점이 섬유화돼 잘 호전되지 않고, 재발이 잦다. 이런 경우 통증유발점 주사가 가장 효과적인 치료방법이다. 통증유발점 주사로 약물을 투여하면 통증유발점 부위의 섬유화를 끊어주며 순환을 좋게 하고 통증유발점 물질을 제거해 흥분된 신경을 정상으로 돌려줘 효과적으로 통증이 제거된다.
요즘 가정이나 사회, 국가의 병리현상들을 바라보면 마치 치료되지 않은 만성 근근막통증증후군의 증상과 비슷하다. 대부분의 가정에서 부모들은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보내는 아이들이 보이는 행동들을 일반적인 사춘기의 행동 양상으로 치부해 그냥 내버려 두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피로감이나 우울증 등 심각한 감정변화의 갱년기를 겪고 있는 부모들을 자녀들이 이해하지 못하고 갈등을 겪고 있는 모습도 마찬가지다. 단순히 사춘기라서 혹은 갱년기의 모습으로만 보고 방치한다면 마음의 통증은 만성화되고 더 나아가서 가정이 와해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문제가 보이면 초기에 문제의 원인을 찾아내어 관심과 대화를 통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문제가 있으면 반드시 그 원인이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는 가정 문제뿐만 아니라 계층 간, 세대 간, 지역 간의 여러 갈등과 해결되지 않은 마음의 아픔이 산적해 있다. 여러 문제가 생길 때마다 일시적으로 문제를 봉합하는 것은 갈등과 불신만 더 키울 뿐, 근본 원인에 대한 합리적이고, 정확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20대 국회가 새로 개원했다. 아무쪼록 국민의 아픔을 함께 나누며 해결해 주는 국회가 되길 기대해 본다. 근근막통증증후군의 통증유발점을 조기 발견해, 적극적으로 통증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내며 치료하듯이, 모든 국민들이 힘을 모아 개인이나, 가정, 사회, 그리고 국가의 병리학적 문제들을 적당히 덮어두거나 숨기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갈 때 건강한 사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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