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백혈병약 '슈펙트'…기적의 항암제 '글리벡' 넘어설까

입력 2016-05-30 09:17:44

백혈병 전문가들 "1차 치료제로 가능성 커…저렴한 가격도 경쟁력"

국산 백혈병약 슈펙트…
국산 백혈병약 슈펙트…'1차 치료제'로 입지 굳힌다

만성골수성백혈병(CML) 환자에게 처방되는 토종 신약 '슈펙트'(성분명 라도티닙)가 해외 유명 치료제들에 맞서 '1차 치료제'로 입지를 굳힐지 주목된다.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지난 27~28일 일정으로 서울그랜드힐튼호텔서 개최된 대한혈액학회 학술대회에서는 최근 변화를 맞고 있는 국내외 백혈병 치료제가 집중 조명됐다.

만성골수성백혈병은 '필라델피아 염색체' 이상에 따른 암 단백질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으로 유병률이 인구 10만명당 1~2명꼴 정도다.

이 질환은 15년 전까지만 해도 죽음에 이르는 병이었지만 다국적 제약사 노바티스가 2000년 '기적의 항암제' 글리벡(성분명 이매티닙)을 개발하면서 약물치료로 평생 관리가 가능한 병이 됐다. 이후 글리벡은 만성골수성백혈병 환자에게 가장 효과적으로 알려진 약으로 자리 잡으면서 약 10여년간 표준치료제처럼 사용됐다.

하지만, 이처럼 효과가 높은 글리벡도 약을 끊으면 다시 백혈병이 재발하는 문제가 있었다. 이는 글리벡 치료에도 살아남은 백혈병 줄기세포가 재발에 관여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최근 5년 사이 글리벡의 내성 등 단점을 보완한 타시그나(성분명 닐로티닙), 스프라이셀(성분명 다사티닙) 등이 등장했고 2012년에는 국산 신약인 슈펙트가 출시됐다.

출시 당시 슈펙트는 글리벡 등 다른 약을 1차로 처방한 이후 이상 반응이 나타나거나 효과가 없을 때만 2차로 처방할 수 있었지만, 올해 2월부터 신규환자에게 처음부터 처방이 가능한 1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았다.

학술대회 프로그램 중 하나인 '슈펙트 런천 심포지엄'에서는 이런 백혈병 치료제의 변화와 임상시험 결과 등이 공유됐다.

심포지엄 좌장을 맡은 김동욱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는 "지난해 슈펙트가 신규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3상에서 뛰어난 결과를 보였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슈펙트를 썼을 때 12개월까지 백혈병세포가 유전자 검사(PCR)에서 거의 발견되지 않는 완전유전자반응율이 15% 정도였다"며 "시간이 지나면 더 높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도영록 계명대의대 교수 역시 'CML 환자에 대한 슈펙트와 글리벡의 효과 및 안전성' 발표를 통해 슈펙트의 임상3상 결과를 공유했다.

임상결과를 보면 슈펙트는 백혈병세포를 천배 이상 줄이고 3개월간 투약을 한 초기 반응률 역시 글리벡보다 뛰어나다는 게 도 교수의 설명이다.

치료제의 효과 이외에도 전문가들은 슈펙트의 1차 치료제 진출이 환자들의 치료비 부담을 감소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나타냈다.

슈펙트의 약값(보험가)은 하루(600㎎)에 5만3천334원으로 1년 투약비용이 1천946만6천910원이다.

슈펙트와 같이 글리벡 이후 출시된 '2세대 CML 치료제'인 스프라이셀(2천429만원), 타시그나(2천876만원)보다 20% 이상 저렴한 수준이다.

김 교수는 "다국적 제약사들은 전 세계적으로 약값을 동일하게 책정하려는 경향을 보인다"며 "국내에서는 슈펙트로 경쟁구도가 만들어져 약값이 전체적으로 내려가는 영향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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