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차이는 행동의 차이를 낳는다. 자존감을 가지느냐, 자존심을 가지느냐는 자존 있는 행동과 자존심에 주눅이 든 행동의 차이를 만든다.
자존심과 자존감은 뜻이 비슷하다. 둘 다 스스로를 존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사람이라 긍정하고 어떤 성과를 이루어낼 만한 유능한 사람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자존심이 경쟁 상태에서 자신에 대한 이유 있는 긍정과 믿음이라면 자존감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에 대한 긍정과 믿음을 뜻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자존심은 경쟁 상태에 있는 상대와 비교해서 '~하기 때문에'라는 이유를 붙여 자신에게 우월한 상대 평가를 내린다. 예컨대, '저 아이와 비교해서 나는 공부를 잘하기 때문에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자존심이다. 이 자존심은 경쟁 상태에 있는 자신보다 열등한 상대에 대해서는 타인 멸시로 바뀌고, 경쟁에서 자신보다 우세한 상대가 나타나면 열등감으로 바뀐다.
자존감은 있는 그대로의 자신에 대해 부족한 점까지 받아들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에게 긍정적인 절대평가를 내린다. 예컨대, '나는 공부를 잘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존중받을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자존감이다. 이 자존감은 자신의 부족함을 감싸 안고 자신을 긍정하듯이 상대의 부족함도 감싸 안고 상대를 긍정한다. '부족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존중받을 가치가 있는 인물로 상대를 생각한다. 자신보다 우세한 상대가 나타나도 상대와 비교하지 않기 때문에 자신에 대한 존중감은 그대로 남는다.
한 달 전 우리 학교 1, 2학년 대상 학부모 회의에 강사로 참여했다. 영어가 절대평가가 되는 시기, 어떻게 공부해야 할 것인지를 두고 강의를 했다. 공부 방법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삶의 철학이다. 거기서 나는 자존감을 높이는 것이 모든 일의 바탕임을 역설했다.
"우리는 혹시 아이들에 대해 자존심을 거는 것은 아닌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가 아니라, '공부를 못하기 때문에, 집안이 가난하기 때문에, 못생겼기 때문에'라는 이유를 들어 더 열심히 하라는 경쟁의식을 부추긴 것은 아닌지요? 아이에 대해서, 아니 그보다 먼저 우리 자신에 대해서 '때문에'라는 이유를 붙여 신경질적인 자기 폄하를 해 온 것은 아닌지요?
'천상천하 유아독존!' 부처의 말입니다. 이 말은 흔히 아는 것처럼 상대와 비교하여 내린 상대평가, 즉 자존심을 표현한 시건방진 자기 선언이 아닙니다. 다른 비교 대상 없이 스스로에게 내린 절대평가, 즉 자존감을 표현한, 있는 그대로의 자신에 대한 실존적인 규정입니다. 이 세상에 모든 존재는 독창적으로 가치로운 존재라는 뜻입니다. 이는, 내가 존귀한 만큼 너도 존귀하다는 뜻으로 확대될 수 있습니다.
상대평가로 주눅이 드는 시대, 우리 아이들이 서로에게 방해물이 아니라, 천상천하 유아독존(절대적으로 가치로운 존재, 자존감 있는 존재)이어서 마침내 서로에게 가치로운 존재로 자리매김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어른인 우리 스스로가 자존감의 모범을 보였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나를 다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가 정말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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