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어린이 사진전 60돌 기념 회고전]<22회> 금상 송동우 작'어항'(1978년)

입력 2016-05-29 22:30:02

어항 속 금붕어 '호기심 천국' 생명에 눈뜹니다

매일전국어린이사진전 제22회 금상 송동우 작
매일전국어린이사진전 제22회 금상 송동우 작 '어항'(1978년)

"집 안에 수영장 하나쯤은 다 있지 않아요?" 어느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유명한 개그맨이 이런 속 뒤집는 말들로 한동안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그 표정과 태도가 몹시 얄미웠는데도 청중들은 웃음을 터트렸다. 정말 어이가 없어서다. "집 안에 커다란 수족관 하나쯤은 다 있지 않아요?" 패러디해 보았다. 나는 웃기지도 못하고 아이들 속만 상하게 한 것 같다.

아빠가 어항을 사 주셨다. 아니 금붕어를 사달라고 몇 날 며칠, 오래오래 졸라댔다. 아빠의 손을 잡고 팔짝팔짝 뛰면서 수족관이 늘어선 시장에 갔다. 이거! 하며 물고기를 고르고 저거! 가리키면서 어항을 골랐다. "아빠, 먹이도 사줘. 내가 키울 거야." 신이 나서 어쩔 줄 모른다.

보고 또 보고 해가 저물도록 들여다보아도 지루하지가 않다. 물고기는 지느러미를 멋지게 흔들면서 이리 왔다가 저리 갔다가 제 맘 대로다. 수면으로 올라오는가 했더니 바닥으로 쑥 내려간다. 만지고 싶어서 손가락들이 저절로 꼼지락거린다.

"야! 나비야 넌 왜 그렇게 빤히 보니? 너 진짜 수상하다." 설마? 고양이도 물고기가 신기해서 보고 있겠지. 그러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아이나 고양이나 '호기심 천국'이다.

예전에는 학교 앞 문방구에서 금붕어를 팔기도 했다. 용돈을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아이가 거의 없던 시절이었다. 어떤 용감한 아이는 대책 없이 금붕어 한 마리를 비닐봉지에 담아서 집으로 가져갔다가 엄마의 잔소리를 덮어쓰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는 기분이 좋다. 제 손에 들어온 작은 생명에 온통 정신이 팔려 있다. 잔소리는 잔소리고 엄마는 이내 금붕어에 알맞은 그릇을 꺼내오고 밥풀이나 채소를 잘게 뜯어서 먹이로 내준다. 엄마는 역시 엄마다.

지금 이 아이는 무척 행복하다. 떡 하니 어항이 있다. 어항은 물고기의 세계이고 아이는 새로운 세계 새로운 생명을 들여다보고 있다. 아이는 이 작은 것의 움직임을 경이로운 눈길로 바라보며 사랑스러워한다. 엄마 아빠, 언니나 동생이 아닌 다른 생명을 사랑하기 시작한 것이다.

◇ 1978년 小史

▷투기 억제 88조치=아파트 분양이 있을 때마다 투기가 판을 치고, '복부인' 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탄생하는 등 부동산 과열이 이어지자 정부는 8월 8일 부동산 투기 억제책을 발표했다.

▷KAL기 소련 강제 착륙=113명을 태우고 파리를 떠나 북극 항로를 거쳐 서울로 오던 KAL기가 소련 영공을 침범, 소련 제트기의 공격을 받고 무르만스크에 강제 착륙(2명 사망)했다. 탑승자 전원은 헬싱키를 거쳐 4일 만에 귀환했다.

▷국산 유도탄 개발=세계에서 7번째로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 제조된 장거리 지대지 유도탄을 비롯해 중거리 유도탄 다연장로켓 시험 발사(9.26)에 성공, 우리나라도 미사일 시대의 막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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