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영화 장르의 거장 제임스 완 감독이 끊임없이 수준급의 공포영화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그가 밝힌 공포영화 철학의 핵심은 단순하다. 내가 무서우면 관객도 무서울 것이다, 관객들이 공감하고 몰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영화 '컨저링 2' 홍보차 한국을 방문한 제임스 완 감독은 26일 마포구 CGV 여의도점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제가 보고 싶어하는, 제가 좋아하는 영화를 만들려고 한다. 제가 무서우면 관객도 무섭게 느끼리라 생각하고 그런 부분에 중점을 둔다"며 공포영화 제작의 노하우를 귀띔했다.
말레이시아 출신인 그는 "어릴 적 귀신이나 미신 관련 이야기를 많이 들으면서 자란 영향으로 영화 작업을 하면서 초자연적인 현상에 자연스럽게 흥미를 느끼게 됐다"고 말했다.
제임스 완 감독은 20대 때 영화학교에서 만든 8분짜리 단편을 바탕으로 장편 데뷔작 '쏘우'를 만들어 세계 관객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이어 '인시디어스' 시리즈, '데드 사일런스', 데스 센텐스' 등 꾸준히 공포영화를 만들면서 호러 장르에 입지전적인 인물로 떠올랐다.
그는 '컨저링 2'의 전작인 '컨저링'으로 전 세계적으로 3억1천900만달러의 흥행수익을 거뒀다. '컨저링'은 국내에서도 관객 230만명을 동원해 역대 외화 공포영화 흥행 순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완 감독은 영화의 악령이나 악마를 디자인할 때 자기 자신의 내면을 깊이 파고들어간다고 했다.
"저의 마음의 근원에서 악몽을 유발하는 요소가 어떤 것이 있는지 생각해보고 그런 두려움에서 귀신이나 악령의 모습을 끌어냅니다."
자신의 어두운 내면을 들여다보며 영화를 만들지만 영화 제작이 '힐링 효과'를 준다고 했다.
그는 "제가 가진 공포와 불안 등 부정적인 감정을 스크린에 투영함으로써 일상에서는 그런 감정을 다루지 않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공포영화를 만들 때마다 꼭 명심해두는 점은 "관객들이 몰입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관객들이 몰입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만 영화가 효과적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갈 수 있다는 의미다.
완 감독은 공포영화를 지속적으로 만드는 것은 관객들의 "빠른 반응" 때문이라며 "제가 만든 영화가 즉각적이고 효과적으로 작동하는 모습을 관객들에게서 볼 수 있다는 매력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그는 공포와 코미디가 인간의 본능적인 면을 자극하고 즉각적인 반응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자매관계"에 있다면서 다른 장르의 영화를 찍게 된다면 코미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컨저링 2'는 전작과 마찬가지로 실존인물인 미국의 유명한 초자연 현상 전문가 워렌 부부의 사건파일을 바탕으로 한다.
이들이 조사한 사건 중 가장 무섭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기이한 '영국 엔필드 사건'이 소재다.
1977년 영국 엔필드의 60년 된 주택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사악한 목소리가 들리고 집에 있는 물체들이 날아다니고 가구들이 움직이는 현상이 2주간 지속됐다.
언론들이 심령술사와 함께 집에 잠복해 목격한 수상한 현상을 기사화해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됐다.
완 감독은 전작과 같이 초자연적 현상을 다루면서 전작과 달리 '유머 코드'를 곳곳에 심었다.
그 자신도 영화를 촬영하면서 "코미디인지 공포영화인지 헷갈렸다"고 할 정도다. 물론 '컨저링 2'는 공포라는 정서가 지배하는 공포영화가 맞다.
완 감독은 "관객에게 계속 무서움을 강요하기보다는 중간에 가벼운 요소를 넣어주면 중요한 공포의 순간이 왔을 때 관객들에게 효과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유머를 섞은 이유를 설명했다.
완 감독은 공포영화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분노의 질주: 더 세븐'이라는 블록버스터 영화를 연출하기도 했다. 차기작으로 DC코믹스의 블록버스터 '아쿠아맨'과 '맥가이버' 등 초대형 작품의 연출도 예정돼 있다.
그는 "제가 배역이나 이야기를 개발하고 관객들에게 이를 전달하는 데 강점이 있다고 할리우드 제작자들이 파악하는 것 같다"며 "영화학을 전공해 다양한 영화를 많이 접했는데 제 영화세계를 확장할 기회가 주어진 점에 기대를 많이 한다"고 말했다.
완 감독은 "정말로 최근 나오는 영화 중 수작이 한국에서 나온다"고 한국영화를 높이 평가하면서 "보편적인 것을 다루는 할리우드 영화와 달리 한국영화는 주제에 특화된 내용을 다루고 있어 놀랍고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감명 깊게 본 한국영화로 '아저씨'를 꼽았다.
완 감독은 팬들이 만들어준 '임수완'이라는 이름의 주민등록증을 들고 와 기자들에게 보여주기도 하고, 자신의 영화가 일정 수준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게 되면 '한국 음식점에 가서 한식을 먹으며 한국말을 하는 동영상을 올리겠다'는 공약을 내걸며 한국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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