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정은 국회서 결정…헌재 결정 3가지 경우의 수
국회의장의 직권상정과 다수당의 일방적인 안건 처리를 막기 위해 2012년 개정된 국회법(일명 국회선진화법)을 둘러싼 권한쟁의 심판 청구사건의 결론이 26일 내려진다.
지난해 1월 주호영 의원 등 새누리당 의원 19명이 정의화 국회의장과 정희수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을 상대로 심판을 청구한 지 16개월 만의 결정이다.
주 의원 등은 2014년 12월 북한인권법안 등 법률안 11건에 대한 직권상정을 요청했으나 국회의장이 선진화법을 근거로 거절하자 헌법상 국회의원의 법률안 심의'의결권을 침해당했다며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했다. 이번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지난 4'13 총선을 통해 여소야대의 구도가 된 20대 국회의 운영 향배와 여야의 정국 대응에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각하' 결정 가능성 낮아…'기각' 땐 선진화법 문제 없어
◆헌재의 결정과 선진화법의 운명은?
이날 오후 2시 헌재 대심판정에서 이뤄질 선진화법 권한쟁의 심판 결정의 핵심 쟁점은 국회의장의 본회의 직권상정 요건을 천재지변, 전시'사변으로 제한한 국회법 85조 제1항과 신속처리 안건 지정에 국회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가중 다수결을 규정한 85조의 2 제1항의 위헌 여부다.
헌재가 내릴 결론은 '청구 인용'과 '청구 기각' 혹은 '각하' 등 세 가지 중 하나로 요약된다.
각하는 절차상의 흠결 즉 소송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경우 본안 심리를 하지 않고 재판 자체를 배척하는 것으로 이번 권한쟁의 심판에서 내려질 가능성은 낮다고 보는 관측이 많다. 그럼에도 법조계 일부에서는 과연 이번 청구소송이 헌재에서 다룰 문제인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입법부 다수를 구성하는 의원이 입법권 침해를 주장하는 것은 자율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헌재로 가져와 권한쟁의를 따지는 것으로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각하 결정에 힘을 싣는 주장도 있다.
만약 19대 국회의원들의 임기가 끝나는 이달 29일 이후 선고가 이뤄질 경우 청구인 자격 상실로 각하 결정이 불가피해지지만, 헌재는 19대 국회 임기 안에 선진화법에 대한 결론을 내리기 위해 이 사건을 집중 심리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정치권이 주목하는 것은 헌재가 인용이나 기각 둘 중 어떤 결정을 내릴지다.
먼저 기각. 기각은 소송 요건은 갖췄으나 그 이유나 증거가 없어 패소 판결을 내리는 것으로, 이 경우 선진화법은 문제가 없는 것이 된다.
문제는 인용했을 때다.
인용은 헌재가 국회의장이 본회의에 가져가지 않은 것, 상임위원장이 표결에 부치지 않은 것은 의원 개개인의 권한을 침해했다고 인정해 주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엔 여러 가지 법리적 해석이 뒤따르고 또 헌재의 청구 인용 결정이 내려졌다고 해서 선진화법이 절차상 하자로 인해 원인 무효가 되는 만큼 반드시 재개정해야 한다는 구속력을 지니는지에 대한 또 다른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주 의원은 "헌재의 인용 결정에는 선진화법이 헌법을 위반했다는 전제를 깔고 있다. 이 때문에 복잡한 문제가 도출된다. 권한쟁의는 헌법재판관 9명 중 5명 이상의 찬성에 의해 가려지지만 위헌 판결을 하려면 3분의 2 이상 찬성이 있어야 한다. 이에 대한 논쟁이 불거질 것이다"고 했다.
주 의원은 또 "법률은 선고가 있어야 효력이 발생한다. 헌재가 권한쟁의 소송서 인용을 하더라도 위헌 선고 없이 단지 해석만으로 위헌 효력을 가질 수 있느냐는 부분도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헌재가 주문에 구체적인 부분까지 명시할지를 봐야 하나 위헌 선고까지 해주지 않을 경우 이번 소송은 (인용 시) 청구 건에 한해서만 권한이 침해됐다고 손을 들어주는 것으로 그칠 수도 있다"고 했다.
◇'식물국회 만든 망국법' 규정 짓던 새누리, 입장 바뀌나
◆여야 3당 판결 예의주시
여야 3당은 20대 국회에서 국회법 개정안을 새로 발의할지와 관련해서도 이날 판결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집권 여당인 새누리당은 선진화법이 날치기 통과 관행과 '폭력 국회' 오명에서 탈피하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충분한 숙고 없이 도입된 이후 오히려 수적 우위를 바탕으로 한 야당의 '국정 발목 잡기' 법으로 전락했다고 봐 왔다. 이에 선진화법을 '식물국회를 초래한 망국법'으로 규정하고 19대 국회 임기 내에 이를 개정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이 법이 국회의원의 법률안 심의 의결권을 침해한다면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기도 했고, 국회의장의 안건 심사기일 지정(직권상정) 요건에 '재적의원 과반이 요구하는 경우'를 포함한 개정안도 제출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등 야당은 의회 민주주의의 산물인 선진화법에 위헌적 요소가 있을 수 없고, 문제점 역시 의회에서 논의하면 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여소야대로 바뀐 20대 국회에선 기류 변화도 감지된다. 새누리당으로선 선진화법이 오히려 야당의 입법 드라이브를 막을 방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조만간 두 당의 입장이 서로 뒤바뀌는 상황이 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더민주'국민의당'정의당 등 야 3당의 총 의석 수 역시 167석으로 180석에 미달돼 야당 역시 선진화법의 굴레를 벗어나기 힘들다는 관측이다. 차기 집권을 노리는 더민주는 향후 선진화법이 덫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38석으로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의당은 여야 협상에서 존재감이 높아질 전망이다.
일단 여야는 헌재의 결정을 보고 판단하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24일 새누리 김세연, 더민주 원혜영 의원이 국회에서 공동주최한 '제20대 국회선진화법 평가와 발전 방안' 토론회에서는 "법안이 원내 물리적 충돌을 방지한다는 목표는 달성했지만 여야 협치, 효율성 확보는 달성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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