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의 생각] 펫팸족의 반성문

입력 2016-05-25 19:05:03

처가 가족이 모이는 날에는 온통 반려동물 이야기다. 모두 '펫팸'(pet+ family)인 덕분이다. 장인 어르신과 두 손위 처남, 우리 집은 푸들'말티즈 등 소형견을, 처형은 고양이를 키운다.

'왕고참'은 우리 집 '콩이'다. 2009년 서울 정치부로 발령나면서 데려왔으니 사람으로 치면 벌써 중년이다. 강아지 때 정말 콩알만 해서 '콩이'라고 이름 붙였는데, 어느새 살구색 털이 희끗희끗해진 게 나이 든 티가 난다. 막내는 올해 새로 식구가 된 장인 어르신네 말티즈 '별이'다. 여든이 넘으신 두 분이 적적해하시지 말라고, 지난해 펫팸 대열에 합류한 큰처남이 선물했다. 웃기는 건 처음에 암컷으로 착각한 바람에 수컷인데도 분홍색 용품만 갖췄다는 점이다.

유기견을 입양한 작은처남네를 제외한 나머지 집들은 전문 업체를 통해 강아지를 분양받았다. 가격은 제각각이지만 적지 않은 수준이었다. 애견 문화가 확산하면서 예전처럼 시장통에서 푼돈 몇 푼을 주고 사들이는 이는 거의 없을 듯하다.

반려동물 관련 산업도 덩달아 고급화 추세다. 사료에는 유기농'기능성 원료가 들어가고, 수제 간식 전문점이 인기를 얻고 있다. 또 반려동물을 위한 호텔, 스파, 미용은 물론 보험, 장례 서비스도 등장했다. 40만원짜리 옷, 60만원대 유모차, 100만원대 개집 등 '명품'들도 불티나게 팔린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겉으로만 '반려동물 선진국'이다. 입에 올리기조차 싫은 야만적 행위가 버젓이 저질러지는 탓이다. 이른바 '강아지 공장'이다. 좁디좁은 철창에 갇힌 개들이 발정유도제를 맞고 강제 교배를 당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많게는 1년에 3번씩 새끼를 낳던 개는 늙거나 병이 들면 보신탕용으로 팔려나간다고 한다.

얼마 전 휴일 아침, TV에서 이 믿기지 않는 모습을 보고 경악했다. 우리 집 '콩이'도 저런 곳에서 태어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다. 7년 전 애견 가게에서 '경매를 통해 산 강아지'라고 들었기 때문이다. 좋은 브리더(breeder)가 아닌, '공장'에서 물건처럼 만들어낸 생명이라니!

국내 동물보호단체와 수의사단체들은 이와 관련, 기자회견을 갖고 "반려동물 번식장에 대한 전수조사를 통해 불법업체를 퇴출하라"고 요구했다. 한 시민단체가 시작한 동물보호법 개정을 위한 서명에도 수많은 시민이 동참하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번식업자로 신고하지 않아도 100만원 이하의 벌금만 물면 되기 때문에 불법 번식장이 난립하고 있다. 인면수심(人面獸心)의 동물 학대에 꼭 철퇴가 내려지길 바란다.

이번 기회에 '콩이'에게 반성문도 써야겠다. 얄팍한 주머니 사정을 핑계 대며 유기농 사료 한 번 사주지 않은 걸 후회한다. 수제 간식이라곤 쳐다보지도 않은 무심함이 미안하다. 앞으로는 귀찮다는 이유로 산책을 빼먹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배변 실수했다고 벌씌우지도 않겠다. 그리고 '장가' 보내주지 못한 건 정말 용서를 구한다.

♬우리 집 강아지는 복슬강아지 회사 갔다 오면 멍멍멍 꼬리 치며 반갑다고 멍멍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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