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참여마당] 수필: 선생님, 이제야 그 감사함을 전하려고 합니다

입력 2016-05-25 18:32:32

# 선생님, 이제야 그 감사함을 전하려고 합니다

"띠리리~~띠리리~~."

"여보세요?" 하는 상대방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안녕하세요. 한 가지 문의하려고 전화드렸습니다. 2008년 성주초등학교 1학년 담임이셨던 김영희 선생님을 찾으려고 하는데 가능한가요? 스승의날도 다가오고 항상 생각이 나서 좀 연락이 되었으면 좋겠는데요."

"아, 그러세요? 좀 오래되긴 했네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찾으시는 선생님을 조회해 보니 2009년도까지 성주초등학교에 계셨다가 2010년도에 경기도로 전출 가셨네요? 경기도교육청에다 문의해보시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여기서는 더 이상 찾기가 힘들 것 같네요."

"예, 알겠습니다. 경기도교육청으로 문의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나는 전화를 끊고는 바로 경기도교육청으로 문의를 했으나 바로 알 수는 없고 신청을 해서 그쪽에서 연락을 해도 좋겠다는 허락이 있으면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신청을 해놓고 며칠 기다린 후에 문자가 왔다. 내가 찾고자 하시는 선생님은 조회가 안 된다고 하셨다. 교직을 떠나 있거나 개인사가 생기면 조회가 안 된다고 했다. 지금으로서는 찾을 수 있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인 2008년. 지금 중학교 3학년인 큰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한 3월이었다. 작은아이는 6살.

요즘은 주5일만 학교에 가고 매주 토요일은 휴교이지만 당시에는 격주 토요일 휴교였다. 그날은 등교하는 토요일이었다. 나는 큰아이를 학교에 내려다 주었다. 작은아이도 큰아이가 마칠 때까지 운동장에서 놀고 있겠다고 해서 두 녀석을 함께 학교 앞에 내려주고 출근을 했다. 작은아이에게 내 휴대폰과 돈 몇 천원을 쥐여주고 일이 있으면 전화하고 군것질하라고 했다.

일하는 내내 작은아이가 걱정되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불안, 걱정 속에서도 일을 해야만 했다. 3월이면 아직도 추울 때라 운동장엔 등교하는 아이들 외엔 놀고 있는 아이는 한 명도 없었다. 이른 아침부터 누가 학교 운동장 놀이터에서 놀겠다고 오겠는가? 작은아이 걱정에 오전 일을 마치고 아이들을 데리러 한걸음에 학교로 갔더니 두 아이가 먼저 나를 반겼다. 작은아이에게 잘 놀았느냐고 물었더니 환하게 웃었다. 아주 재미있었다고….

동생이 걱정됐던 큰아이는 쉬는 시간만 되면 운동장으로 나와 동생과 10분간 놀아주었단다. 큰아이가 수업하러 들어간 후 동생은 큰아이 교실 앞 복도에서 왔다갔다했더니 큰아이 담임선생님께서 누구냐고 물었고 누구 동생이라고 했더니 얼른 교실로 들어오라고 하셔서 작은아이는 교실로 들어갔다고 한다. 선생님께서 자신의 책상과 의자를 내어주시고는 스케치북과 크레파스를 주시며 수업이 끝날 때까지 놀라고 하셨다고 했다. 날씨도 춥고 텅 빈 운동장에 혼자 있다가 복도를 왔다갔다하니 신경이 쓰이신 모양이었다. 선생님 덕분에 작은아이는 편하고 따뜻하게 오전을 보낼 수 있었단다.

그때 바로 감사의 마음을 전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 후 늘 그 선생님이 생각났고 마음 한편에 자리 잡고 있었다. 더는 미룰 수 없어서 올해엔 스승의날도 다가오고 선생님께 인사라도 드릴까 싶어서 교육청에 스승 찾기 의뢰를 했는데 찾을 수가 없다고 한 것이다. 너무 늦어버린 탓일까? 후회스럽기까지 하다.

이 글을 읽고 계시는 매일신문 독자 중에 혹시 그분을 아는 분이 계시면 연락해주셨으면 한다.

"김영희 선생님, 혹시 이 글을 읽으실지는 모르겠지만 혹시 그날을 기억하시는지요? 정말 감사드립니다. 글이 아니라 제 목소리로 꼭 감사하다는 말 전해드리고 싶었는데…. 선생님께서는 별일 아닌 일이었는지 몰라도 저에겐 큰 도움이 되었고 위안이 되었습니다. 그때 1학년이었던 큰아이가 벌써 중3이 되었고 여섯 살이었던 작은아이도 중1이 되었습니다. 제가 학창시절을 보내면서 만났던 선생님들보다 김 선생님이 더 그립고 생각나네요. 선생님 잘 지내시죠? 건강하시고 꼭 연락이 닿았으면 합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이미향(이정민 엄마·성주군 성주읍)

※ 우리가족 이야기, 나의 결혼 이야기, 어머니(아버지), 기행문, 추억의 사진, 독후감, 나의 글솜씨(수필·시·시조·일기 등)를 보내 주세요. 선정되신 분께는 소정의 상품을 보내 드립니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