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산과 들에 나가면 은은하게 풍겨오는 매혹적인 향기를 가진 꽃이 있다. 이 꽃향기를 찾으러 지난 토요일에는 가야산을 찾았다. 숲길인 '소리길' 양쪽으로 하얗고 소박한 찔레꽃(들장미)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찔레꽃이야말로 우리 국민의 정서를 그대로 표현한 그런 꽃이다.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적당한 크기의 아름다운 꽃이다.
어릴 적 할머니가 살고 있던 동네에 가면 항상 찔레꽃이 피어 있었고, 할머니는 어머니와 나를 근처 산으로 데려가 가시가 달린 껍질을 벗기고 줄기 부분을 맛보라고 하셨다. 약간 신맛이었다. 이번 여행 때도 찔레꽃 줄기를 벗겨 먹어봤지만 그때 그 맛은 아니었다. 예전 배고픈 시절 붉은색이 감도는 가시가 달린 찔레꽃 껍질을 벗기고 먹으면 당시에 최고의 간식이었다는 게 할머니의 회고이다.
봄에 돋아나는 연한 찔레순은 보릿고개 시절 아이들의 요긴한 간식거리로, 비타민C나 각종 무기질이 듬뿍 들어 있어 아이들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한다.
학생들과 야생화 공부를 하러 산에 가면 나는 학생들에게 꼭 여러 식물들을 맛보게 한다. 맛으로 느껴보는 야생화 공부야말로 살아 있는 현장공부인 셈이다. 어쨌든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식물은 그윽한 향기와 흰색의 꽃을 지닌 요즈음 도시나 시골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야생 들장미, '찔레꽃'이다.
가수 '이연실'이 부른 '찔레꽃'이라는 노래를 보면 "엄마 일 가는 길에 하얀 찔레꽃/찔레꽃 하얀 잎은/맛도 좋지, 배고픈 날 가만히 따먹었다오/엄마 엄마 부르며 따먹었다오/(중략) 엄마도 생각나고, 그리움도 생각나고…."
'찔레꽃'에는 아름다운 전설이 있다. "옛날 고려가 원나라의 지배를 받을 때 고려에서는 해마다 예쁜 처녀를 원나라에 바쳐야만 했다. 어느 산골 마을에 '찔레'와 '달래'라는 두 자매가 병든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었는데, 관원들에 의하여 두 자매가 공녀로 끌려가게 되었다. 두 자매는 병든 아버지가 계시기 때문에 자기가 서로 공녀로 가겠다고 하였다. 이 모습에 관원은 '찔레'만을 데리고 원나라로 갔다. 원나라에 끌려간 '찔레'는 좋은 주인을 만나서 그리 힘들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찔레'는 고향에 두고 온 아버지와 '달래' 생각뿐이었다. '찔레'를 불쌍히 여긴 주인은 며칠 동안 고향에 갈 수 있도록 해주었다. 하지만 고향으로 돌아간 '찔레'는 가족을 만날 수가 없었다. '찔레'가 공녀로 끌려가자 아버지는 목을 매 자살했고, 그 모습을 본 달래는 뛰쳐나가서 돌아오지 않았다. '찔레'는 '달래'를 찾아 산과 들로 헤매고 다니다 산길에 쓰러졌고, 그 자리에 봄이 되면 하얀 꽃이 피었다고 한다." 그 꽃이 바로 소담하게 핀 찔레꽃이다.
'찔레꽃'은 가을이 되면 팥알만한 빨간 열매가 앙증맞게 달리는데 이것을 영실(營實)이라 하여 약재로 썼다. 여자들에게는 생리통, 신장염 치료에 효험이 있는데 8, 9월쯤 열매를 따서 그늘에 말려 두었다가 달여 먹거나 가루로 만들어 먹으면 된다. 찔레 뿌리는 산후통, 관절염 치료에 좋고, 뿌리에 기생하는 찔레버섯은 어린아이 간질 치료에 최고의 묘약일 뿐 아니라 각종 암 발생을 억제하는 탁월한 효험이 있다고 한다. 또한 찔레순을 흑설탕이나 꿀과 함께 발효시켜 먹게 되면 성장 호르몬 분비를 원활하게 하여 혈액순환이 좋아진다고 한다.
'찔레꽃'에는 어머니의 그리움, 추억, 향기가 있어 좋다. 5월이 지나가기 전에 찔레꽃 향기를 맡으러 밖으로 나가보자. 달빛에 비치는 하얀색 찔레꽃은 더욱더 운치 있어 보인다. 엄마 품이 그리워 눈물이 나면 동네 산책을 해보자. 분명 찔레꽃 향기가 당신을 반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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