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만성신부전 앓는 이성민 씨

입력 2016-05-24 22:30:06

"젊음 바쳐 일했건만, 병실안 내 운명 너무 슬퍼"

혈액 투석을 위한 시술을 받고자 입원한 이성민 씨는 앞으로의 치료비와 생계 때문에 걱정이 크다. 허현정 기자
혈액 투석을 위한 시술을 받고자 입원한 이성민 씨는 앞으로의 치료비와 생계 때문에 걱정이 크다. 허현정 기자

최근 만성신부전 판정을 받고 병원에서 혈액 투석을 위한 시술을 받은 이성민(가명'49) 씨. 성민 씨는 병상에 있으면서도 생계에 대한 걱정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날이 많다. 젊은 시절 성민 씨는 괜찮은 기업의 회사원으로 일했다. 하지만 경기 불황으로 회사가 문을 닫으면서 성민 씨의 가정과 건강이 함께 무너졌다. 성민 씨는 병실에서 가끔 자신의 운명이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을 한다. "젊은 시절 회사에서는 누구보다 성실하게 일했고 회사를 나와서는 잠잘 시간을 줄여가면서까지 일만 했어요. 한창 돈이 많이 필요한 나이에 건강까지 잃게 돼 가족에게 미안해요."

◆평탄했던 삶

대구가 고향인 성민 씨는 다니던 회사가 문을 닫기 전까지만 해도 비교적 평탄한 삶을 살아왔다. 성민 씨는 대학교를 졸업해 지역의 한 전자부품 회사에 취직했다. 회사는 유명 대기업의 협력사로 자리매김하는 데 성공했고, 한때는 외국 수출까지 할 정도로 실적이 좋았다. 성민 씨는 회사에 자신의 젊음을 바칠 각오로 밤낮없이 일했다.

그러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회사가 부도나면서 성민 씨의 가정이 함께 흔들리기 시작했다. 당시 부장이었던 성민 씨는 월급 삭감을 자처하며 법정관리에 들어간 회사를 살려보려고 노력했다.

"제 젊음을 바쳤고 가족의 생계를 지켜주던 곳이었던 만큼 회사가 바로 주저앉도록 놔둘 순 없었어요. 어떻게든 회사를 살려보려고 남아있는 사람들과 고군분투했어요."

하지만 회사는 얼마 안 가 문을 닫았다. 그래도 성민 씨는 주저앉지 않았다. 회사에 다니면서 쌓은 인맥을 활용해 전자부품 판매 사업을 시작했다. 벌이가 여의치 않자 낮에는 사업에 몰두하고 밤에는 대리운전 일을 병행했다.

매일 오전 8시에 집을 나가 새벽 2, 3시가 되어야 귀가하는 고된 생활이 이어졌다. 가족들을 먹여 살릴 걱정에 잠잘 시간까지 부족하다 보니 성민 씨의 몸에 서서히 빨간불이 켜졌다. 피로감이 사라지지 않는 것 같아 받은 건강검진에서 신장 질환의 하나인 'IgA 신증'이란 판정을 받았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부터 몸을 무리하지 않고 관리를 잘했어야 하는 건데…. 한 번 병원에 가면 검사비, 약값으로 10만원이 넘게 나왔어요. 그게 부담스러워 일부러 병원에 자주 들르지 않았어요."

◆가장의 병으로 무너진 가정

그러다 올해 초 갑자기 온몸에 두드러기가 나고 가려워 피부과에 들렀고 대상포진 진단을 받았다. 일주일이 지나도 차도가 없자 다른 피부과를 방문했는데 그 병원에서도 대상포진 약을 처방해줬다.

두드러기 증상이 더욱 심해지기만 해 혹시나 싶어 내과에 갔고 그제야 의사는 증세가 심상치 않다며 바로 큰 병원으로 보냈다. 성민 씨가 받은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빈혈 수치가 정상의 절반 수준도 되지 않았고, 신장 기능은 정상의 30%에 불과한 수준으로 떨어져 있었다. 지금 상황에서는 신장 이식을 받거나 평생 투석을 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대상포진인 줄 알고 한 달 넘게 피부과를 전전해 병을 더 키웠던 것 같아요. 검사를 한 병원에서는 '안 죽고 검사를 받으러 온 게 다행일 지경'이라고 할 정도였어요."

중학교,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가 있는 성민 씨는 앞으로가 걱정이다. 최근 아내가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일하기 시작했지만 수입은 100만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성민 씨 역시 일주일에 세 번은 혈액 투석을 받으러 병원에 다녀야 하고, 건강이 따라주지 않아 예전만큼 일할 수도 없다. 회사에서 나와 힘들게 살게 된 이후로 친구, 형제들과도 사이가 멀어졌다.

"모든 일이 노력한 만큼 결과가 나온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정말 열심히 살았다고 자신하는데 너무나 혹독한 세상인 것 같아요."

※이웃사랑 계좌는 '069-05-024143-008(대구은행). 700039-02-532604(우체국) (주)매일신문사 입니다. 이웃사랑 기부금 영수증 관련 문의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구지부(053-756-9799)에서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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