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 추모 장소 훼손-女, 남성 성적 비하…소셜미디어서도 격한 공방
19일 대구도시철도 중앙로역 2번 출구 옆에 서울 강남역 살인 사건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한 공간이 마련됐다. '우리는 우연히 살아남은 여성입니다'라고 적힌 화환 옆에 '여자라서 살해당했다'는 등의 내용이 담긴 쪽지와 꽃이 놓여 있었다.
그런데 이곳에선 왠지 모를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여성 6, 7명이 교대로 추모 장소를 지켰고, 이들은 마스크를 낀 채 추모객들을 맞았다. 사진 찍는 사람이 보이면 이들을 감시하면서 밤늦게까지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추모 장소를 지키던 한 여성이 "추모 쪽지를 훼손하는 남자 집단이 생겨 지키는 중"이라며 그 이유를 설명했다.
'강남역 살인 사건'을 두고 남성과 여성 간 '혐오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추모 장소를 훼손하는 남성들이 있는가 하면 일부 여성들은 남성들을 성적으로 비하하는 원색적인 발언을 서슴지 않는 등 대결 양상이 격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추모 공간 마련 및 훼손을 두고 소셜 미디어도 뜨겁다. 20일 오전 1시 25분쯤 30대 남성이 대구 중앙로역 인근에 마련된 추모 공간에 찾아와 추모 쪽지와 벽지를 훼손했다는 목격자 진술이 인터넷에 퍼졌다. 21일 오전 5시 45분쯤에도 20대 남자 3명이 추모 쪽지를 찢고 달아났다는 제보가 또다시 소셜 미디어를 달궜다.
이에 대해 '혐오는 또 다른 혐오를 낳는다'며 남녀 모두의 자성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재원 경운대 경찰행정학부 교수는 "여성이 범죄의 표적이 되기 쉬운 게 사실이고, 이 때문에 여성이 불안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남성들도 이해해야 한다"며 "여성 또한 모든 남성을 잠재적 범죄자로 여기거나 남성 혐오로 몰고 가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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