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의 날, 100세 시대는 100년 해로 위한 큰 선물

입력 2016-05-20 20:31:52

부부의緣 '60년' 이제는 거뜬…경북 '회혼례' 작년 17쌍이나

올해로 결혼 56주년을 맞은 황호윤(81)
올해로 결혼 56주년을 맞은 황호윤(81)'신애자(80) 씨 부부가 20일 의성군 금성면 자택에서 미니 아코디언을 연주하며 함께 노래를 부르고 있다. 성일권 기자 sungig@msnet.co.kr

5월 21일은 부부의 날이다. 21은 두(2) 명이 하나(1)가 되는 날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고령화로 본격적인 백세 시대를 맞고 있는 경상북도엔 50년 이상 둘이 하나 되는 금슬을 이어가는 장수 부부들이 급증하고 있다. 부부의 날을 맞아 결혼 생활 50년(금혼식)을 넘어 60년(회혼식)을 바라보는 어르신들이 알려주는 '화목한 부부 되기' 노하우를 들어봤다.

의성 안계면에 사는 김동춘(80)'김금옥(79) 씨 부부는 올해로 결혼 60년 차다. 남편 김 씨는 부부가 여태껏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살아온 비법은 "아내를 존중하고 따른 것"이라고 했다.

아내 김 씨는 교직 생활로 객지를 떠돌았던 남편을 대신해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았다. 또 가정 내 문제로 부모와 떨어져 살게 된 남편의 조카들을 거둬 키우며 초'중'고'대학 뒷바라지까지 했다. 남편 김 씨는 "아내를 보면서 여자가 남자보다 현명하다는 걸 알았다"며 "아내를 인정하고 믿고 따라가 주면 가정에 평화가 온다"고 웃음 지었다.

의성 금성면에도 장수 부부가 있다. 황호윤(81)'신애자(80) 씨 부부다. 결혼 56주년을 맞은 황 씨 부부가 말하는 결혼 생활의 노하우는 '한 박자 쉬어 가기'다. 35년간 사진관을 운영한 황 씨는 젊어서 의성 일대 학교 10여 곳의 온갖 사진을 찍었다. 학교 행사로 사진을 찍을 때면 아내 신 씨가 황 씨를 따라다니며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부부가 장시간 붙어 있다 보면 꼭 의견 다툼이 생겼다. 서로 언성을 높일 때면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잠깐의 틈을 가졌다. 잠시 머리를 식혔다가 다시 이야기를 이어간 것이다. 부부는 "잠깐의 시간으로 여유를 찾을 수 있다"며 "이성적으로 다가가니 서로에게 감정 상하게 하는 말을 자제하게 됐다"고 조언했다.

경북도에 따르면 도내 장수 부부들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이들 부부처럼 금혼식을 넘어 회혼식을 앞둔 어르신들이 급증하고 있다. 경북도가 지난해 처음으로 대한노인회 경북도연합회와 손잡고 '회혼례' 신청을 받은 결과 모두 17쌍이나 참가한 것이다. 조선 시대 회혼례는 나라에서 식품이나 의복을 주며 축하했을 정도로 드물었다. 상대적으로 고령화 속도가 빠른 경북엔 부부가 건강에 이상 없이 60년간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경북도 김화기 노인효복지과장은 "경북 장수 부부 회혼례를 매년 정례화할 예정"이라며 "고령화사회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가 많지만, 회혼례는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생겨난 아름다운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장수 부부는 요즘처럼 쉽게 이혼을 생각하는 시대에 귀감이 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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