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만 내고 빠진다" 대구 분양시장 '단타족' 기승

입력 2016-05-19 22:30:02

작년 하반기 분양한 달성군·동구 등 청약률 20대 1 불구 계약률 30∼40% 대

청약 물딱지나 분양권을 팔아 수익을 내고 빠져나오는 이른바 부동산 단타 매매가 기승을 부리면서 대구 주택 시장이 왜곡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매일신문 DB
청약 물딱지나 분양권을 팔아 수익을 내고 빠져나오는 이른바 부동산 단타 매매가 기승을 부리면서 대구 주택 시장이 왜곡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매일신문 DB

단기간 돈을 좇아 수익을 내고 빠져나오는 이른바 부동산 단타 매매가 기승을 부리면서 대구 주택 시장이 왜곡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때 대구 아파트 분양 시장을 주도했던 30여 개의 지역주택조합이 삐걱대면서 가계의 '돈맥 경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데다 수도권 주택 경기가 다소 살아나면서 지역의 뭉칫돈이 수도권으로 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초 분양 단지 중 청약은 대박인데 계약률은 쪽박인 단지가 속출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분양한 달성군과 동구의 단지들은 대부분 청약률은 20대 1을 기록했지만 실제 계약률은 30~40%대에 그쳤다. 올해 분양한 수성구의 단지들도 80대 1에 가까운 청약률로 전 타입이 1순위 마감했지만 완판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초기 붙었던 웃돈도 많이 깎였다. 일부 인기 있는 단지라도 실수요자보다는 청약 물딱지나 분양권을 팔고 나오는 단타 세력도 주택 시장의 왜곡을 부추기고 있다. 과도한 경쟁률로 웃돈을 만드는 단타족들로 인해 거품이 형성될 경우 결국 '폭탄 돌리기'의 피해는 높은 가격과 웃돈을 지불하고 구매한 최종 수요자에게 돌아가기 때문이다.

지난 1월 삼호가 분양한 중구 대신동 e편한세상 아파트는 일반분양분 305가구 중 245건이 전매돼 초기 전매율이 무려 80.3%에 달했다. 이 아파트는 217가구 일반분양에 대구지역 1순위에서만 2만7천300여 명이 몰려들어 평균 경쟁률이 125대 1을 넘어 3천만원의 웃돈이 붙어 거래된 것으로 전해졌다.

권오인 한국공인중개사협회 이사는 "요즘 대부분 아파트 청약단지는 당첨만 되면 몇천만원의 웃돈이 보장되는 단지만을 골라 치고빠지는 단타족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했다.

부동산자산관리연구소 이진우 소장도 "분양권 단기 매매는 투자자 입장에선 적은 초기 비용으로 고수익을 올릴 기회인 반면 높은 경쟁률과 거래 웃돈 등 가격 거품을 만든다는 점에서 실수요자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부작용을 우려했다.

대구주택시장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에서 시세 차익을 노린 단타족들이 득세하는 상황을 두고 최근 대구 주택 시장을 잘 대변하고 있다고 했다. 대구 시장은 2010년 말부터 전국적인 부동산 침체기에도 나홀로 연 10%대 이상의 가격 상승률을 보이는 등 전국 시장과는 엇박자를 냈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수도권 시장을 살리기 위해 단기 부동산 부양책을 쏟아냈고 대구 시장은 과공급 논란 속에서도 달성군 등을 중심으로 건설사들의 떨어내기식 물량 폭탄이 안겼다. 게다가 최근 2, 3년 동안 대구 전역에서 34개 단지의 지역주택사업이 난립, 지역 분양 시장의 신뢰가 바닥에 떨어졌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대구 주택 시장은 2만여 가구의 일반분양과 함께 2만8천여 가구에 달하는 지역주택조합이 가세해 과공급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장기투자를 하기엔 미래가 불안하다 보니 단기투자를 선호하고, 이로 인해 투자자와 실수요자들의 구분도 명확하지 않게 되는 특징이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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