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뼈대 있는 고장'을 말하며 '좌 안동 우 함양' '좌 퇴계 우 남명'(경상 좌도엔 안동과 퇴계 이황이 우도엔 함양과 남명 조식 선생이 유명하다는 뜻)이라 불리는 경남 함양은 8담(潭) 8정(亭)의 화림동계곡의 누정(樓亭)으로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고장이다.
◆일두 정여창 고택
문헌공 일두 정여창(1450~1504, 조선 문신) 선생은 '학행(學行)의 정수는 인간다운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다'라고 주창한 실천유학의 선구자였다. 동방오현(일두 정여창, 한훤당 김굉필, 정암 조광조, 회재 이언적, 퇴계 이황) 중 한 분으로, 고택은 산중에서도 비교적 너른 들판 깊숙한 곳 함양군 지곡면 개평마을에 있다. 1만여 평 정도의 넓은 집터에 솟을대문, 행랑채, 사랑채, 안채, 중문간채, 아래채, 광채, 사당 등 사대명문가의 면모를 모두 갖춘 보기 드문 경남지방의 대표적인 고택이다. '토지' '다모' 등 드라마도 촬영된 곳이다. 고풍스러운 집 안에는 수백 년 된 노송, 자목련, 영산홍, 전나무, 사철나무, 홍매, 왕벚나무가 손님을 반겨준다. 솟을대문에 5개의 충신, 효자 정려비가 걸려 있어 조선시대 사회제도의 일면을 볼 수 있는 아주 귀한 자료이다.
20여 분 거리에는 선생을 모신 남계서원이 있다. 전형적인 서원의 공간 배치인 전학후묘(前學後廟: 앞쪽은 학생을 가르치는 강당, 뒤쪽은 선현의 위패를 모신 사당이 있음)이다. 함양의 너른 들판과 지리산 자락이 아스라이 보이는 경관 좋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또한 이 집안에는 500년 전통을 이어오는 가양주가 전해온다. 조상의 은덕을 기리는 제사상에 최고의 술을 올리기 위해 가장 품질 좋은 햅쌀과 솔잎, 솔순을 재료로 하여 빚어왔다고 한다. 고택 앞에 위치한 솔송주명가원(055-963-8992)에서는 솔송주(40도, 4만5천원) 시음 및 판매도 한다.
◆화림동계곡
8담(潭) 8정(亭)의 정자 좋고 물 맑은 화림동계곡은 남덕유산에서 발원한 남계천 줄기 따라 함양군 안의면과 서하면에 걸쳐 흘러 안의계곡이라고도 한다. '영남에서 빼어난 경치는 삼동(三洞: 화림동, 심진동, 원학동)이 최고이고, 삼동에서 가장 좋은 경관은 화림동'이라는 말도 전해온다.
지금은 거연정(居然亭), 군자정(君子亭), 동호정(東湖亭), 농월정(弄月亭)만 남아 있다. 그중 제일 위쪽에 위치한 거연정으로 가기 위해서는 '화림교'라는 조그마한 아치형 다리를 건너야 한다. 기암과 계곡, 푸른빛을 띠는 소(沼)는 보는 이로 하여금 경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정자 앞에 흐르는 내(川)를 '방화수류천'(訪花隨柳川)이라 일컫는다. '꽃을 찾고 버들을 따라 간다'는 뜻이다. 거연정에서 50m 아래쪽엔 군자정이 있다. 조선시대 성리학자 일두 정여창을 추모하기 위해 후세 사람들이 세운 이 정자는 규모는 작지만 크고 작은 바위와 물이 만나고 흩어지는 시냇물 소리 솔바람 소리에 오래도록 머무르고 싶을 정도로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계곡에 높이 60㎝ 정도의 바위가 섬처럼 떠있어 차일암(遮日岩)이라 부르는 동호정은 화림동계곡에서 가장 멋있는 경관을 자랑하며, 휴식과 물놀이를 하기에 가장 좋은 정자다. 조선시대 동호 장만리를 추모하여 동호정이라 했다. 다만, 바위 곳곳에 음각된 낙서가 눈에 거슬린다.
'달 밝은 고요한 밤 암반 위의 냇물에 비친 달빛을 한 잔의 술로 희롱한다'는 농월정은 예부터 하늘의 달과 월연암에 흐르는 달빛을 즐겼던 곳이리라. 조선 중기 때 학자인 지족당 박명부(1571~1639)가 은거하면서 후학도 가르치고 휴식을 취하던 곳이다. 정자 앞 암반에 붉은색 글씨로 음각된 '지팡이를 짚고 놀던 곳'이라는 뜻의 '지족당장구지소'란 글씨가 이채롭다.
◆함양상림
봄에는 영산홍과 철쭉, 여름에는 연꽃, 가을에는 꽃무릇(석산), 오색단풍과 숲속 오솔길이 운치를 더하는 함양상림은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명소이다. 3만6천여 평에 100여 종, 2만여 그루의 나무가 울창한 숲을 이루어 식물생태계의 보고(寶庫)이자 천연자연학습장이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림으로 천연기념물 제154호로 지정되어 있다. 천년 전 함양(당시는 천령) 군수였던 최치원이 위천의 넘쳐 흐르는 물줄기를 막기 위해 둑을 쌓고, 마을로 흐르는 물줄기를 돌렸다. 그 둑을 따라 나무를 심은 후 대관림(大館林)이라 불렀다. 숲 속 함하루, 척화비, 이은리석불, 문창후 최 선생 신도비를 보며 여유 있게 산책을 즐겨볼 만하다. 상림 입구에는 쇄국결의를 널리 선양하기 위해 전국에 세운 비석 중의 하나인 흥선대원군의 척화비(서양 오랑캐가 침범하는데 싸우지 않는다면, 화해할 수밖에 없고, 화해를 주장한다는 것은 나라를 팔아먹자는 것이니 자손만대에 경고하노라)도 있다. 넓은 주차장, 곳곳에 쉴 수 있는 벤치, 화장실, 간이식수대, 맨발지압길이 잘 갖추어져 있다. 숙식은 상림 인근에 있는 함양읍내에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가는 길: 대구→광주대구고속도로→함양IC(약 1시간 40분 소요)
◆화림동계곡 정자, 개평마을(정여창 고택)은 주차공간이 별도로 없으나 한가한 도로변에 주차가 가능하다.
◆화림동계곡 정자, 정여창 고택, 청계서원, 상림은 입장료가 없다.
◆오색송편 만들기, 염색체험, 농촌풍경 그리기, 야생화 체험 등 가족 체험은 용추계곡 입구에 있는 물레방아떡마을(055-963-6649)에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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