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안전, 관심에서 비롯된다

입력 2016-05-18 18:46:16

세계를 연일 뒤흔들던 지진이 어느 정도 잦아든 모양새다. 이번 지진 소동에서 가장 이슈가 된 국가를 꼽자면 단연 에콰도르가 아닐까. 지난달 16일에 있었던 7.8 규모의 강진 후 이어진 여진에 에콰도르의 누적 사망자는 어느새 700명에 달한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희생자를 보노라면 마치 처음 겪는 지진 같지만 에콰도르는 1987년에도 1천여 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전례를 가진 국가다. 그럼에도 30년이 지난 지금도, 비슷한 규모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이다.

환태평양 화산대(일명 불의 고리)에 자리 잡은 국가 중엔 칠레도 있다. 칠레는 1960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지진(규모 9.5, 1천600여 명 사망)을 겪은 국가로, 이후 강진과 지진 해일에 대비한 구호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1985년의 지진(규모 7.8)으로 건물들이 주저앉으며 500여 명의 사망자가 다시 발생했다. 2015년 칠레는 어땠을까? 무려 규모 8.3의 지진이 있었지만 사망자는 단 11명에 그쳤다. 또 한 번의 지진 이후 건축 규정을 대폭 강화했기 때문이다. 칠레는 규모 9.0의 지진에도 견딜 수 있는 강력한 내진 설계 기준을 요구한다.

에콰도르는 무관심했다. 당국과 주민 모두가 무관심했다. 대피훈련이나 재난에 대비한 교육 프로그램이 5~8년 주기로 한 번 시행될 정도다. 칠레와 같이 앞선 지진을 반면교사 삼아 대비책을 마련했다면 지금과 같은 희생자는 절대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떨까? 세월호 참사의 유족들은 2년이 지난 지금도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는 것에 비해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목소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잦아들고 있다. 무관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안전에 둔감해져선 안 된다. 우리의 생활 터전을 지켜달라는 요구를 지속적으로 해야 함은 물론이요, 이와 더불어 스스로 위험을 인지하고 지키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익혀야 한다.

소방에서 자신을 지키는 가장 강력한 무기를 꼽자면 소화기와 감지기다. 이 둘은 기초 소방시설에 불과하지만, 화재 초기에 소화기를 사용할 수 있다면 기름에 의해 발생한 화재라도 진화할 수 있고, 감지기의 경보를 듣고 적시에 대피할 수 있다면 질식에 의한 인명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기초 소방시설 설치율은 시민의 생명, 재산 피해율과 직결된다.

미국은 1978년에 32%에 불과하던 기초 소방시설 보급률을 2010년 96%까지 끌어올려 34년간 화재 사망자를 한 해 6천15명에서 2천640명까지 감소시켰고, 영국도 1989년 보급률 35%에서 2011년 보급률 88%를 달성하여 한 해 642명에서 294명으로 화재 사망자 비율을 54%가량 낮추었다. 매년 약 16명의 사망자가 감소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2009년부터 기초생활수급가구 73만여 개소를 대상으로 기초 소방시설을 무상으로 설치하고 있고, 일반 가정의 경우 기초 소방시설을 2017년 2월 4일까지 설치하도록 온'오프라인을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지만 아직 이에 대한 인식이나 설치율은 부족한 편이다. 그렇지만 미국과 영국이 각각 34년, 22년에 걸쳐 기반을 다졌듯이 우리도 조급해할 필요는 없다. 이제부터라도 관심을 가지고 재난에 대한 대비를 해두면 되는 것이다. 당장 주위를 살펴보자. 감지기는 설치되어 있는지, 소화기는 어디에 있는지. 작은 것에서부터 실천이 안전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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