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도지사 모이기 제일 가까운 곳이 밀양"

입력 2016-05-17 20:28:18

4개 시도지사 긴급회동 의미

"부산 돌출 행동 차단, 밀양 자신감 우회적 부각."

영남권 4개 시도지사가 17일 모여 공동 성명을 발표한 가장 큰 이유는 '신공항 건설 백지화'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각 지역의 유치활동→지역 갈등 표출 및 정치 쟁점화→신공항 백지화'의 과정을 거친 2011년 전례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뜻을 모은 것이다.

무엇보다 이날 회동의 주요 목적은 현재 시점에서 부산의 유치활동을 차단해 지역 갈등과 정치 쟁점화로 번지는 것을 사전에 진화하는 데 있다. 이 때문에 회동과 기자회견의 주요 메시지는 합의를 깨고 과열된 유치활동을 벌이는 부산시와 정치권의 행태에 집중됐다.

특히 서병수 부산시장에 대해 "합의를 준수하는 것이 정치적인 도의"며 "신공항 유치 실패한 지역에 대해 새로운 국책사업 유치를 지원하기로 5개 시도가 약속했는데 굳이 공항에 목숨을 거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는 부산이 무리하게 유치활동을 벌이다 실패할 경우 다른 국책사업 유치에 다른 4개 시도가 협조하지 않을 것이란 경고를 한 셈이다.

또 4개 시도지사는 '밀양 후보지'에 대한 우회적인 지지를 내비치면서 부산을 압박했다. 이날 밀양 후보지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접근성 등 밀양의 장점을 드러내면서 '부산의 가덕도 입지'를 간접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특히 회동 장소를 밀양으로 정한 것에 대해 "바쁜 4개 시도지사가 한곳에 모이기에 제일 가까운 곳"이라며 밀양 후보지의 이점을 돌려 부각했다.

김기현 울산시장은 "밀양 지지 입장을 밝히는 자리가 아니다"면서도 "울산에서 밀양이 지리적으로 가깝고 산업적으로도 울산 서부지역 발전을 위해 밀양 유치가 절실하다"고 말했다. 이어 홍준표 경남도지사도 "함양~울산 간 고속도로가 들어서면 울산에서 밀양까지 15분이 걸리지만 부산까지는 산 넘고 물 건너 2시간이 걸린다"며 거들었다. 권영진 대구시장과 김관용 경북지사도 "밀양이 영남권 공동 발전을 위해 탁월한 지리적 위치에 있다"며 뜻을 같이했다.

이 같은 발언은 밀양 후보지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으로 분석된다. 4개 시도지사가 "객관적인 기준에 의해 입지 선정 용역이 진행된다면 납득할 만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한 점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부산이 유치활동을 떠들썩하게 벌이는 배경을 "다급해서"라고 평가한 것은 "밀양이 가덕도보다 기술'학술적 평가에서 앞선다"고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추가적인 대응에 대해서도 의미 있는 이야기가 나왔다. 부산이 합의를 어기고 계속 돌출행동을 할 경우 "모든 것을 잃게 될 수도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이에 대해 홍 지사는 "정치권에서 쓰는 일반적인 수사"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부산이 유치활동을 멈추지 않으면 강도를 높여 대응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뒀다는 분석이다. 4개 시도 관계자는 "이날 회동은 지역 간 갈등을 증폭하거나 신공항 건설을 정치적으로 쟁점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라며 "이를 위해 합의 원칙으로 돌아가자는 것을 선언한 것이고 이를 정부와 부산이 진지하게 받아들이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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