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화는 문자가 생겨나기 전까지 인류의 소통수단이었고 구석기시대부터 전해져 내려온 문화이다. 그 유명한 '알타미라'와 '라스코' 동굴벽화부터 고대국가의 고분벽화, 르네상스시대와 중세시대 종교벽화 그리고 현대에는 교훈적인 메시지를 담은 벽화부터 반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그라피티까지 다양한 재료와 형식으로 우리 삶 속 소통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벽화는 요즘 낙후된 지역을 새롭게 단장하고 꾸미는 공공미술사업으로 지방자치단체에서 많이 조성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100여 곳에서 단순히 지역민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 사업을 넘어 관광지로서 상업적인 효과까지 고려해 벽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공공미술사업에 가끔 아르바이트로 참여하는 작가들도 있고, 전문적으로 공공미술 작업을 하는 작가들도 생겨나고 있다. 필자도 아르바이트로 벽화를 그린 적이 있고 벽화사업을 기획한 적도 있다.
다양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미술가들이 공공적인 사업에 참여하여 주목받지 못했던 마을 또는 삭막한 도시를 화사한 분위기로 만들 수 있다. 따라서 공공미술사업은 주민과 관공서 그리고 미술가 모두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좋은 사업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얼마 전 낙후지역 개선을 위해 벽화가 조성돼 있는 서울 이화마을에서 마을 주민들이 벽화를 지우는 사건이 발생했다. 한류 관광 코스인 이곳은 관광객들이 몰려들어 카페와 상업지구가 생기는 등 많은 발전이 이뤄졌다. 하지만 벽화를 지운 주민들은 "재개발을 못 하고 소음과 쓰레기 때문에 못 살겠다"고 불만을 나타냈다고 한다. 그렇지만 상당수 주민은 "동네가 깨끗해지고 집값이 오르는 등 좋은 측면도 있다"고도 한다.
모든 공공사업은 주민 친화적이어야 한다. 특히 도심 속 벽화는 일반인들의 거주지역이기 때문에 더욱더 의견수렴의 과정을 명확하게 진행해야 한다. 또한 그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관광객들은 여러 가지로 조심하고 배려하여야 한다. 그리고 지자체에서도 관광객들에게 이런 인식을 심어줄 수 있도록 가이드나 안내판 등에 많은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이번에 벽화를 지우는 극단적인 행위를 한 주민들은 공공적인 문화적 자산을 훼손한 이유로 처벌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지자체도 주민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소통의 창구를 항상 열어두고, 벽화를 통해 얻는 경제적 효과도 주민과 공유하여야 한다. 그래서 소음, 쓰레기, 사생활 침해 등 주민들이 피해를 감수하는 만큼 혜택과 배려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미술가들이 소중하게 그린 문화적 산물이 애물단지가 되지 않고, 주민공동체가 아끼고 가꿀 수 있을 것이며, 벽화가 가진 인류 최초의 목적인 소통도 함께 이룰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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