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불기 2560년 부처님 탄신일입니다. 올해의 달력을 보면 우연히도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명절이 나란히 이웃하고 있습니다. 오늘이 불교의 큰 경축일 중의 하나인 부처님 탄신일이고, 내일은 그리스도교에서 교회의 생일로 지내는 성령강림대축일(오순절)입니다. 부처님의 자비의 마음과 예수님의 사랑의 마음이 온 누리에 퍼져서 좀 더 따뜻하고 평화로운 세상이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어느 날 율법 교사가 예수님께 말을 걸어왔습니다. 영원한 생명을 얻기 위하여 무엇을 하면 되겠느냐는 질문이었습니다. 몰라서 묻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을 시험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대답 대신에 그가 스스로 답을 내도록 만드십니다. 하느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라는 사랑의 계명이 그 답입니다. 하지만 율법 교사는 그다음 질문을 준비합니다. "그러면 누가 저의 이웃입니까?" 다분히 도전적이면서 예수님을 논쟁으로 유도하려는 질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번에도 이웃이 누구인지에 대해서 율법 교사와 논쟁을 벌이는 대신에 비유 하나를 들려주시면서 새로운 질문을 던지십니다.
"어떤 사람이 예루살렘에서 예리코로 내려가다가 강도들을 만났다. 강도들은 그의 옷을 벗기고 그를 때려 초주검으로 만들어 놓고 가버렸다. 마침 어떤 사제가 그 길로 내려가다가 그를 보고서는, 길 반대쪽으로 지나가 버렸다. 레위인도 마찬가지로 그곳에 이르러 그를 보고서는, 길 반대쪽으로 지나가 버렸다. 그런데 여행을 하던 어떤 사마리아인은 그가 있는 곳에 이르러 그를 보고서는, 가엾은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그에게 다가가 상처에 기름과 포도주를 붓고 싸맨 다음, 자기 노새에 태워 여관으로 데리고 가서 돌보아 주었다. 이튿날 그는 두 데나리온을 꺼내 여관 주인에게 주면서, "저 사람을 돌보아 주십시오. 비용이 더 들면 제가 돌아올 때에 갚아 드리겠습니다" 하고 말하였다. 너는 이 세 사람 가운데에서 누가 강도를 만난 사람에게 이웃이 되어주었다고 생각하느냐?"
질문이 근본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율법 학자는 이웃이 누구냐고 물었고, 예수님께서는 이웃이 되어준 자가 누구인가 물으십니다. 비유에 등장하는 사제와 레위인은 유대인 중에서도 경건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사람들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강도당한 사람, 도움이 절실히 필요한 그 사람을 보고서는 길 반대쪽으로 지나가 버렸습니다. 그들 나름대로의 이유는 있겠지요. 그런데 유대인들과는 앙숙 관계인 어떤 사마리아 사람이 지나가다가 강도당한 사람을 보게 됩니다. 그를 보고는 가엾은 마음이 들었고, 그래서 다가가 응급 처치를 한 다음 여관으로 데리고 가서 돌보아 주었으며, 여관 주인에게 그를 끝까지 보살펴 주기를 부탁합니다.
우리는 '나의 이웃이 누구인가'에 매달려 있을 때가 많습니다. 그래서 '이웃이 되어줄 수 있는 기회'를 놓칠 때가 많습니다. 우선하여 챙길 사람이 많습니다. 내 핏줄, 내 친구, 내 동향, 나와 같은 종교나 인종,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먼저 챙겨야 합니다. 나 중심의 이웃입니다. 나 중심의 경계를 넘어서는 사람은 이웃이 아니고 남이거나 심하면 나의 적입니다. 지금 우리가 사는 사회가 점점 더 그렇게 변해가는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이웃이 되어 주는 사람은 나보다는 나와 만나는 사람의 사정을 먼저 생각합니다. 그 사람이 누구인가가 아니라 그 사람이 어떤 상태에 있는가가 중요합니다. 같은 상황을 보고도 두 사람은 길 반대편으로 지나갔고 한 사람은 다가갔습니다. 사마리아 사람은 마음의 눈으로 사람을 봅니다. 그를 움직이게 만든 것은 이성이 아니라 마음에서 명령하는 측은지심(惻隱之心)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들에게 사랑받을 만한 이웃이 누구인지에 대해서 쓸데없는 논쟁을 하지 말고 사마리아 사람처럼 살기를 원하십니다. 예수님께서 율법 교사에게 결론을 내립니다. "너도 가서 그렇게 하여라."(루카복음 10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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