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신공항 '막무가내 행보'…속내는 '백지화 후 김해공항 확장'?

입력 2016-05-11 20:25:53

서병수(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 시장을 비롯한 부산시 간부공무원 30여 명이 이달 1일 가덕도 신공항 후보지를 찾아 현장을 답사했다. 부산일보 제공
서병수(앞줄 왼쪽에서 세 번째) 시장을 비롯한 부산시 간부공무원 30여 명이 이달 1일 가덕도 신공항 후보지를 찾아 현장을 답사했다. 부산일보 제공
9일 오후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등 지역 상공인 40여 명이 가덕 신공항 입지 예정지인 가덕도를 방문해 신공항 유치를 위한 기원 행사를 열었다. 부산일보 제공
9일 오후 부산상공회의소 회장 등 지역 상공인 40여 명이 가덕 신공항 입지 예정지인 가덕도를 방문해 신공항 유치를 위한 기원 행사를 열었다. 부산일보 제공

부산시를 포함해 부산의 정치권과 상공인, 시민단체 등이 총동원돼 연일 신공항 유치전을 벌이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유치 자제 약속을 깼다는 비난은 물론 지역 갈등으로 '신공항 백지화'가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에도 부산이 여론몰이를 멈추지 않는 것은 다른 속내가 있다는 지적이다. 백지화 후 김해공항 확장이나 독자적으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려는 계산이 깔렸다는 것이다.

◇대구에 'K2 이전하려면 밀양 유치 포기' 억지 논리 펼쳐

◆노골화된 가덕도 유치

영남권 5개 시도는 지난해 1월 신공항 유치전을 벌이지 않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부산만이 약속을 어기고 서병수 부산시장은 물론 정치권과 상공인, 시민단체 등이 가세해 가덕도 유치 활동에 나섰다.

서 시장은 이달 들어 가덕도 입지 예정지를 찾아 신공항 추진 보고회를 열고, 활주로를 1개 설치해 절감한 예산을 대구 K2공군기지 이전 비용에 지원해야 한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는 가덕도 유치에 유리한 활주로 수를 주장하면서 신공항을 대구의 숙원사업과 연결한 것이다. 즉 K2를 이전하려면 밀양 유치를 포기하라고 해석될 여지가 있는 발언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김해의 경관훼손과 소음피해를 부각하면서 밀양 입지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9일 김해시의회가 밀양 신공항 반대 결의안을 채택해 정부에 전달했다. 밀양에 공항이 들어서면 산봉우리가 잘려나간다는 등 환경훼손이 벌어지고, 항공기 소음피해로 주민들이 고통을 겪는다는 주장이다.

부산은 또 가덕도의 이점으로 내세우는 '24시간 운영'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는 한편 공항의 해안'매립지 건설이 세계적인 추세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여기에 대구경북이 주장한 '항공항적 검토'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하며 안전을 버린 경제성 추구라고 비판했다.

◇유치 못해도 손해볼 것 없어…독자적 신공항 건설 계산도

◆백지화를 위한 여론몰이

부산 기관단체가 총출동한 자극적인 신공항 유치전이 아직은 별반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대구경북과 경남'울산이 부산시의 유치전에 무대응 원칙으로 일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정치권 인사와 시민 단체들은 부산의 약속 파기 행위를 제재해야 할 필요가 있다며 맞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지역 갈등으로 비치면 2011년 때처럼 신공항 백지화가 재연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정부 입장에선 내년 12월 대선에 부담이 돼 결정을 연기하거나 아예 무산시킬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다.

부산이 노골적으로 유치전을 밀어붙이는 셈법에는 신공항이 백지화되더라도 손해 볼 것이 없다는 점도 깔려있다.

일단 가덕도 유치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지역 갈등으로 번져 신공항이 무산되더라도 김해공항을 존치'확장하면서 민간자본 유치를 통해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독자적으로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공항 관련 시민단체 관계자들은 "갈등이 불거지면 결국 가덕도나 밀양이 모두 약점이 있다고 부각되고 이로 인해 신공항 입지 선정이 연기되거나 무산될 우려가 있다"며 "부산은 다른 대안이 있어 손해 볼 것이 없지만 대구는 밀양을 놓치면 대구공항이 있는 K2 이전도 힘들어질 수 있다는 약점이 있다"고 말했다.

◇"부산 노림수에 말려들면 백지화 역풍 우려"

◆대구시 입장

신공항 입지 선정을 둘러싼 부산의 '반칙 행위'에 대구'경북'경남'울산 등은 속앓이를 하면서도 대결 양상을 피하기 위해 '고통의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이들 4개 시도의 우려는 부산의 정치 쟁점화에 맞대응할 경우 자칫 대결 양상으로 흘러 '신공항 백지화'라는 최악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대구시는 11일 간부회의를 통해 일단 합의'원칙 고수 입장을 재확인했다. 이날 회의에서 "지금 부산의 행보는 판을 깨자는 식이다. 부산의 정치 쟁점화에 말려들지 말고 원칙대로 가자"며 "부산처럼 하지 않고 합의를 지키면서 정부에 '부산 활동 자제'를 강력 요구하고 영남권 신공항 건설 당위성을 강조하는 등 신중하게 대처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하지만 '원칙을 고수'하며 최소한의 목소리를 낼 필요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시민단체 등이 국토교통부를 방문해 피켓 시위를 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들은 피켓 시위를 통해 합의를 지키지 않는 부산의 '반칙 행위'에 대한 자제 요청과 부산의 압박에 휘둘리지 않고 공정하게 원칙대로 진행할 것을 국토부에 촉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는 다만 시민단체, 상공계 등에 노골적인 대응이나 활동은 자제해 달라고 요청할 방침이다.

또 13일로 예정된 20대 총선 대구 당선자 축하 자리에서도 당선자들과 권영진 대구시장이 신공항 관련 비공개회의를 열고 머리를 맞대기로 해 어떤 대응 방안이 마련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남부권신공항범시도민추진위원회(이하 신공항추진위)도 12일 성명서를 통해 부산의 유치전 자제와 정부의 신공항 추진 결단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낸다.

신공항추진위는 "부산의 막무가내식 유치경쟁은 지역 갈등을 부추기고 신공항을 정치 쟁점화하는 등 영남권 5개 시'도 합의사항을 위반하는 것으로 자제를 강력히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정부도 5개 시'도 합의사항을 파기한 부산시에 유치경쟁 자제를 요청하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해야 한다"고 했다.

강주열 남부권신공항추진위원회 위원장은 "갈등을 부추기는 부산의 전략에 휘둘릴 수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맞대응은 자제하고 있다"며 "2011년처럼 백지화되는 일은 없어야 하기 때문에 부산의 유치전 자제와 정부의 공정한 결정을 계속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의 정치 쟁점화 용역에 영향 전혀 없다"

◆정부 입장

영남권 신공항 입지를 두고 부산이 정치 쟁점화에다 각종 토론회'서약식'기원제 등 연일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것과 관련, 정부는 "진행 중인 영남권 신공항 사전타당성 용역 연구조사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고 일축했다.

국토교통부는 11일 "용역기관은 외국 기관으로 지역의 주장이나 염원 등과 관계없이 기술적인 측면만 판단하기 때문에 해당 지역의 여러 활동이 용역 결과에 추가로 도움이 되진 않는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 영남권 5개 시도지사가 한 합의 정신에 의거, 외국 용역기관에 평가를 일임했고, 그 결정에 따른다는 것이 국토부의 입장임을 분명히 했다.

국토부는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 우려에 대해서도 "영남권 항공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데, 정치적 이슈 때문에 건설을 못 하게 되면 (우리나라) 공항 운영에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영남권 신공항은 계획대로 건설할 것"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용역 결과부터 계획대로 6월 말쯤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부산의 유치 활동과 관련, 대구'경북'경남 등의 우려가 크고, 자제 요청 및 항의도 많은 만큼 어떻게 대처할지 고민하고 있는 상태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외국 기관에 용역을 맡기고 더 이상 유치전을 하지 않겠다고 5개 시도가 약속했는데 특정 지역이 계속 활동을 하고 있어 다른 시도의 항의와 자제 촉구 요청이 많고, 우려하는 마음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며 "특정 지역에서 여러 활동을 통해 입장이나 주장을 밝히지 않아도 거론되고 있는 거의 모든 것이 용역에서의 조사'확인 대상인 만큼 믿고 기다리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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