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뺀 비대위, 친박 요구 담겼나
새누리당이 11일 관리형 비상대책위원회와 별도의 혁신위원회를 두기로 결정했다. 비대위원장은 정진석 원내대표가 겸임하고, 비대위가 7~8월 전당대회를 관리한다. 당 쇄신 과제는 특별기구격인 혁신위가 이끌어가며, 혁신위원장은 외부 인사를 영입하기로 했다. 위기의 당을 수습할 혁신형 비대위 구상이 무산된 것이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4선 이상 중진 의원들과의 회의를 갖고 이 같은 방안을 확정했다. 비대위가 당 대표 및 당 지도부 역할을 맡으며 혁신 작업은 권한이 없는 혁신위로 밀려난 셈이다.
이 같은 결론은 이미 예견된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정 원내대표는 당의 혁신을 강조했지만 이미 총선이 끝난 마당에 당을 뜯어고칠 전권이 없는 비대위원장 자리를 받아들일 외부 인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관계자가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처럼 총선 전에 모셔온 것도 아니고, 두 달간 설거지만 하다가 그만둬야 하는데 실제 권한이 없는 비대위원장으로 누가 오려고 하겠나"고 한데서 그 이유가 잘 드러난다.
비대위원장 물망에 올랐던 이들이 직간접적으로 거부 의사를 드러내며 새누리당은 구인난을 겪었다. 노무현정부 핵심 인사인 김병준 국민대 교수는 리더십이 없는 비대위원장 자리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고, 김형오 전 국회의장도 지난 10일 초선 당선자 연찬회 특강에서"저는 자격이 없고 능력이 없어서 (비대위원장을) 맡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총선 한 달이 지났는데 차라리 안 하는게 낫다. 선관위나 구성해라"며 공개적으로 거부했다.
정 원내대표가 10일 돌린 설문도'구색 맞추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당선자 전원에게 돌린 비대위 성격을 묻는 설문지에는 '관리형' '관리형+별도 혁신위' '진단형' '혁신형'이 있었다. 4개 항목 중 '혁신형'만 외부 인사가 전권을 쥐는 강력한 비대위를 요구한 비박계의 뜻이 담긴 것이며 나머지는 당 쇄신 전에 전당대회에서 당 지도부를 장악하고자 하는 친박계가 원하는 방식이다.
정치권 인사들은 별도의 혁신위가 당 쇄신을 이끌어가는데 회의적이다. 혁신위가 만든 혁신안을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새 지도부가 따를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한 정치권 인사는 "2년 전 김문수 전 경기지사가 당 보수혁신특별위원장을 맡아 공천 개혁 등 여러 혁신안을 냈지만 실행권이 없어 흐지부지됐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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