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참여마당] 수필: 제2의 인생을 위하여

입력 2016-05-11 18:40:41

♣주간매일 취재팀으로 한 통의 편지가 왔습니다. 편지지에 연필로 한 자 한 자 꼭꼭 눌러쓴, 그러나 한눈에 보기에도 필체가 영 서툰 글입니다. 글을 읽어나가다 그 글씨들이 왜 그리 비뚤배뚤할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가 되었습니다. 사고로 오른손을 쓸 수 없게 된 후 글쓰기가 서툰 왼손으로 쓴 글이었습니다. 글의 말미에는 이렇게 쓰셨습니다. "사고 후 오른손 없이 왼손을 이용하는데 아직 익숙지 않아 글씨가 고르지 않아요." 이런 글을 받을 때마다 저희들은 참 감사합니다. 그렇게 힘들여 쓴 글을 저희 신문에 보내주신 그 사랑이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감사합니다. 주간매일

# 제2의 인생을 위하여

오늘의 일요일 새벽은 다른 날보다 더 불편한 밤이다. 집사람은 딸집에서 외손녀와 자고 나는 집에서 나 혼자 자는데 밤새도록 바람이 너무 세게 불고, 시끄러움 속에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려 밤중에 밖에 나가 보니 바람이 아니라 태풍이다. 강한 바람에 우리가 사는 3층 빌라 옥상에 있는 대형 플라스틱 물탱크 뚜껑이 바람에 날려 마당에 떨어져 날려 다닌다. 다행히 주차된 차에는 이상이 없었다.

나는 뚜껑을 주워 담장 사이에 끼워 놓고 방으로 들어와 잠을 청하는데 밖이 또 요란스러워 나가 보니 내가 치워 놓은 뚜껑이 또 바람에 굴러다닌다. 나는 다시 뚜껑을 치우고 들어와서는 잠을 포기하고 방금 온 신문을 보던 중 아침 6시 알바 간다는 막내를 깨우고 TV 앞에 앉는다. 막내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알바를 하는데 열심히 하고 있어 자랑스럽다.

나는 늦은 아침을 나 혼자 해결하고 막내 컴퓨터를 만져 본다. 나는 이때까지 컴퓨터 없이도 사는 데 지장이 없었기에 컴퓨터는 나에게 낯선 물건이다. 그런 데다 나는 오른손잡이인데 사고로 왼손을 써야 하는데 컴퓨터 자판기는 나에게 마음을 열어 줄까.

오후가 되어 바람이 약해지자 나는 또 오봉산으로 산책을 나선다. 오늘은 휴일이라 산책객들이 제법 많지만 평일은 노인들이 시간 보내려고 몇 명 온다. 나도 그 노인들 속에 드니 욱하는 마음에 남몰래 눈물을 닦고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마음먹었다.

집으로 돌아와 집사람을 데리러 딸집으로 가서, 딸과 집사람에게 내 전용 컴퓨터를 사겠다고 하니 딸과 집사람 얼굴이 이게 무슨 말인지 하며 쳐다본다. 나는 급하게 아들에게 값이 싼 노트북을 부탁하니 저녁에 가지고 왔다. 85만원을 억지로 내 비상금으로 해결했다. 우리 식구들 모두 나를 이상하게 쳐다본다.

나는 이때까지 집안 살림에는 깡통이다. 지금은 돈을 벌 수 없지만, 일할 땐 직장에서 월급이 통장으로 입금되면 나는 다달이 집사람에게서 용돈을 타서 썼다. 나는 그게 익숙하고 편했다. 내가 그렇게 살았기에 우리 가정이 이만큼 왔다고 생각하며, 우리집 살림꾼에게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 이제부터는 내 전용 노트북과 친해져야지.

내가 너무 외곬으로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늘어나는 것 같다. 하지만 열심히 살았기에 후회는 없다. 지금부터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취미생활로 즐거운 제2의 인생을 위하여 열심히 살아야지.

최동식(대구 북구 옥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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