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독성 '피마자 유박비료' 유통관리 허술…"아이들이 먹을수도"

입력 2016-05-09 19:28:54

피마자 유박비료를 먹은 동물의 죽음이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유박비료가 동물에 치명적인 독성물질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유박비료는 과자처럼 생기고 냄새도 향긋해 아이들이 먹을 수도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박(油粕 :oil-cake)은 피마자, 참깨, 들깨 등의 기름을 짜고 난 찌꺼기로 식물 성장에 필요한 여러 가지 성분을 갖고 있어 비료로 사용되고 있다. 이 중에서도 피마자(아주까리) 유박비료는 맹독물질인 리신(Ricin)이 들어 있어 반려견과 고양이 등 야생 동물에는 치명적으로 위험하다. 생물무기로도 사용돼온 리신은 가장 강력한 자연 발생 유독물질 중 하나로 청산가리보다 강력하다.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폭넓게 사용하는 피마자 유박비료는 다른 비료보다 가격이 저렴해 농가에서 인기가 높다. 농촌 지역에선 20㎏짜리 한 포대가 1만원대에 팔리고 있다. 이처럼 농촌 곳곳에 유박비료가 널려 있고 이를 먹은 반려견이 죽는 경우가 잇따르고 있는데도 포대에 경고문만 쓰여 있을 뿐 인체와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선 정확히 보고된 바 없다.

피마자가 든 유박비료는 개가 좋아할 만한 향을 가진 데다 모양도 일반 사료와 비슷하다. 이 때문에 밭과 과수원 등을 돌아다니던 개와 고양이들이 이를 모르고 먹는 사례가 많다. 야생동물 피해도 클 것으로 예상하지만 정확한 피해 집계는 없다.

특히 대부분 피마자 유박비료가 알갱이 형태로 제조돼 반려견들이 이를 사료로 착각해 먹기 일쑤여서 수용성으로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피마자의 독성이 문제가 되자 피마자 대체재를 사용하자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비료업계는 회의적이다.

변남주 국회 환경토론 자문위원은 "피마자 유박비료가 청산가리의 6천 배나 되는 독성을 갖는 리신을 함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비료업체, 농촌진흥청, 원료 수입업체들이 알고 있지만 사실상 방치 상태"라며 "현재 피해사례는 반려동물이나 가축 등에 국한돼 있지만, 야생동물들의 피해까지 생각하면 근본적인 조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가정이나 상점의 화분에도 피마자 유박비료가 사용되고 있어 유아들도 먹을 위험성이 있다"며 "가습기 살균제처럼 수백 명이 피해를 본 뒤에 대책을 마련하면 늦기 때문에 위험성을 국민에게 알리고 정확한 성분 분석과 임상시험을 거쳐 유해성 확인과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누리꾼은 "아이들 몇 명이 과자인 줄 알고 먹어 사고가 터져야 정신을 차리려나"라며 "위험성을 알고도 내버려둔다면 더 큰일이 생길 수 있으니 정부는 안일한 생각으로 넘어가지 말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라"고 일침을 놨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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