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김앤장도 수사 대상…실험 보고서 조작 개입 의혹 본격 수사

옥시레킷벤키저로부터 뒷돈을 받고 유리한 보고서를 써준 혐의 등으로 구속된 서울대 수의대 조모 교수의 변호인인 김종민 변호사가 8일 오후 서울 서초동 서울고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 변호사는 "조 교수는 유서를 작성하고 죽음을 통해서라도 결백을 밝히고자 했다"면서 "인체 유해 연관성이 있다는 견해를 옥시와 김앤장에 최소한 9번은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

검찰이 영국계 다국적기업 옥시레킷벤키저(옥시)의 법률대리인 김앤장에 대해 본격 수사하기로 했다.

김앤장이 지난 2011~2012년 가습기 살균제의 인체 유해성을 알고서도 서울대 연구팀의 보고서 조작 등에 어떻게, 얼마나 개입했는지를 밝히는 것이 이번 수사의 핵심이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부장검사 이철희)은 9일 "김앤장 등이 변론권의 한계를 뛰어넘었는지 여부를 살펴볼 예정"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보고서 조작에 개입했다면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 등으로 처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검찰 측은 "생식독성과 흡입독성 두 보고서를 분리해달라고 한 것은 옥시였는데 김앤장이 그 부분에 개입했는지는 변론권의 한계 측면에서 볼 필요가 있다"며 "김앤장이 적극적으로 이렇게 하자고 옥시를 꼬드겨서 했는지를 우리가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옥시 의뢰로 가습기 살균제 안전성 평가를 했던 서울대 조모(57'구속) 교수는 동물 실험 결과 인체 유해 연관성이 있다는 견해를 옥시와 김앤장에 최소한 9번은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그의 변호인인 김종민 변호사는 8일 기자회견을 갖고 "2011년 11월, 2012년 2월 발표를 갖고 생식 독성실험과 흡입 독성실험 결과를 모두 알렸지만 옥시와 김앤장은 폐 질환과의 연관성을 입증할 수 없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검찰에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옥시와 김앤장은 이런 실험결과를 알면서도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낸 민사재판에서 인체 연관성을 부인하며 시간을 끌어왔다.

옥시 측은 심지어 김앤장의 법률자문을 거쳐 재판부에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의 폐손상은 황사와 세균 등 다른 이유에 의해 발병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을 제출하기도 했다.

김앤장은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불거진 2011년 이후 현재까지 옥시 측 법률대리를 맡고 있다. 조 교수가 두 차례 실험 결과에 대한 발표를 할 때도 김앤장 측 변호인이 자리에 함께해 자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