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영의 진학디자인] 경쟁력 있는 학생부 만들려면

입력 2016-05-08 22:30:06

해마다 똑같은 학교 교육과정으론 풍부한 학생부 기록 만들 수 없다

'학생부종합전형 전성시대'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학입시에서 학교생활기록부(이하 학생부)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학교 현장에서도 어떻게 하면 학생부를 잘 기록할지를 두고 고민이 한창이다. 교육청 단위에서 이루어지는 연수나 단위학교 컨설팅에서도 학생부 기록 방법에 대해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으며 학생이나 학부모들도 학생부에 기재되는 내용을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사교육시장에서는 학생부 기록 방법에 대한 컨설팅이 성행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필자도 학교 컨설팅 현장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학생부를 어떻게 기재하는 것이 좋으냐에 대한 것이다. 마치 학생부 기재 방법에 정답이 있는 것처럼 어떻게 기재하는 것이 좋은지, 무엇이 잘못 기재되었는지를 묻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당혹스럽다. 학생부의 경쟁력이 기재 방법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훌륭한 음식을 만들기 위해 좋은 식재료가 필요한 것처럼 경쟁력 있는 학생부를 만들기 위해서는 단위학교의 경쟁력 있는 교육과정이 우선되어야 한다.

학생부에 기재되는 10가지 항목이 풍부해지기 위해서는 먼저 단위학교의 교육과정을 살펴보아야 한다.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요구하는 인재상을 길러낼 수 있는 교육과정이 선행되지 않고서는 경쟁력 있는 학생부를 만들 수 없다. 교육과정은 여전히 수능 위주로 운영하면서 학생부 기재 방법을 고민한다는 것은 모순이다. 학생들이 경쟁력 있는 자기소개서를 쓰려면 글쓰기 실력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자신의 학교생활이 알차고 풍성해야 하듯이 좋은 학생부를 위해서는 학교가 학생 개개인의 색깔을 보여줄 수 있는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한다.

경쟁력 있는 교육과정을 만들기 위해서는 학교 스스로에 대한 분석부터 필요하다. 우리 학생들의 현재 학업 수준과 학교 상황에 대한 분석을 기반으로 어떤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것이 좋을지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교내대회를 생각해보면 종전에는 교과우수상 위주의 지필고사를 기반으로 한 결과 중심 대회가 주를 이루었다면 지금은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 중심으로 대회를 만들어야 한다.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의 개인 역량을 발전시킬 수 있는 기회의 장을 열어 줄 수 있는 방식으로 진행해야 하는 것이다. 학생들의 역량을 좀 더 다양하게 보여주기 위해 어떤 대회를 만들고,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교과학습 발달상황 역시 마찬가지다.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을 잘 기록하기 위해 학교 현장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교과담당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한 줄이라도 더 써주기 위해서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하지만 대학들은 이렇게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서 쓰고 있는 기록들에서 학생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부분은 거의 없다고 하소연한다. 이는 수업 방법과 평가에 대한 변화 없이 단순히 기록을 위한 기록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 학기 개설되는 과목은 수능 위주로 편성하고, 수업은 수능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 위한 강의식 수업을 진행하고, 평가 역시 지필고사 위주로 진행하는 상황이 바뀌지 않는 한 학생 개인의 교과에 대한 세부능력이나 특기사항을 충실히 기재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과목을 개설할 때 학생들의 다양한 학문적 성향을 보여줄 수 있도록 수능과 연계성이 떨어지는 과목이라도 고려해야 한다. 교양교과에 있는 과목들도 개설해 학생들에게 학문의 다양성을 일깨워주고, 수업 방식도 강의식에서 토론식으로 바꿔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처럼 교육과정의 근본적인 변화가 이루어져야 좋은 학생부를 만들 수 있는 것이다.

학생, 교사의 수준과 역량에 대한 분석도 필수적이다. 우리 학생들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교사 수급은 어떻게 이룰 수 있는지를 면밀히 분석해서 우리 학교만의 색깔을 낼 수 있는 교육과정을 만들어야 한다. 다른 학교에서 하는 프로그램이 아무리 좋다고 하더라도 우리 학교에는 맞지 않을 수 있다. 유명 모델이 입고 있는 옷이 아무리 멋있어 보여도 내가 입었을 때 어울리지 않을 수 있듯이 우리 학교에 맞는 교육과정을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매년 입학하는 신입생들이 다르듯이 학교의 교육과정도 끊임없이 변화해야 한다. 이러한 교육과정 변화가 뒷받침되는 학생부라야 학생들의 경쟁력을 키울 수 있고, 대학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만 학생부종합전형 전성시대에 낙오자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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