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가족이란?

입력 2016-05-08 21:27:18

'눈이 내리고/ …/ 아기 다람쥐/ 먹을 것이 없어서/ …/ 배가 고파서/ …/ 산봉우리 내려와/ …/ 저만큼 멀리/ …/ 찻길 건너 몰래/ 아파트로 들어서니/ 와! 우리 먹을 도토리/ 다 여기 와 널려 있네/ 도토리 하나 입에 물었네/ 엄마 것 또 하나 물었네/ 아빠 것 또 하나 물으니/ 입안에 가득/ …/ 산봉우리 오르니/ 엄마 다람쥐 아빠 다람쥐/ 잠도 못자고 기다리다가/ 너 어데 갔다 오니/ 눈에 눈물이 글썽/ 아기 다람쥐 입에 물린/ 도토리는 못보고.'

2013년 시인 신경림의 시와 작가 김슬기 그림이 함께한 책 '아기 다람쥐의 모험' 속 다람쥐 가족 이야기다. 한겨울 아기 다람쥐 가족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보인다. 또 다른 다람쥐 가족 이야기도 있다. 1993년 법정 스님이 수상집 '버리고 떠나기' 속에 오대산 지장암의 오래전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소개한 '다람쥐를 위한 49재'라는 내용이다.

'가을이 되면 다람쥐들은 겨울철 양식을 준비하느라 분주하게 내닫는다.… 도토리를 턱이 불룩하도록 입안에 가득 물고 열심히 나르는 모습… 알밤을 물고 땅속 굴로 들어가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한 비구니가 다람쥐의 추수 광경을 지켜보다가 굴을 파보았다.… 도토리와 알밤이 한 말 남짓 저장된 것을… 도토리묵을 해먹을 요량으로 죄다 꺼내었다. 다음날 아침… 스님은 큰 충격을 받았다. 겨울 양식을 빼앗긴 다람쥐는 새끼를 데리고 나와 고무신짝을 물고 죽어… 비구니는… 자신의 고무신짝을 물고 자결한 다람쥐 가족들을 위해 이레마다 재를 지내어 49재까지 지내주었다고 한다.'

두 이야기는 다른 듯하지만 가족은 과연 무엇인가를 새삼 되돌아보게 하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요즘 언론에 '신(新)가족' '신(新)대가족'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등장한다. 옛날과는 딴 모습이다. 신가족은 부모 자식 간 이뤄지는 기존 가족과 다르다. 신가족은 부부와 자식이 함께 또는 따로 살기도 하며, 서로 간섭 않고, 각자 삶을 즐기고 누리는 신세태 가족이다. 굳이 자식에 얽매이지도 않는다. 시대 흐름이 낳은 핵가족에 따른 결과인 셈이다. 신대가족 역시 옛날 대가족과 차이가 있다. 일자리 문제 등으로 빚어지는 자식 세대의 취업, 육아, 가사 등 때문에 부모 자식 손자 세대가 함께 또는 따로 살며 돕는 공동체 가족이다.

어떤 모습의 가족이든, 혼자 밥 먹으며 삶을 보내는 나 홀로 인생보다 왠지 가족을 챙기는 다람쥐 같은 삶이 더 와 닿는 5월, 가정의 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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