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 탄생 막아라"…필리핀 대선 후보 단일화론 급부상

입력 2016-05-07 07:35:40

필리핀에서 대통령 선거를 코앞에 두고 우리에게도 익숙한 후보 단일화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필리핀판 트럼프'로 불리는 선두 주자의 당선을 막자는 것으로,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불을 지폈다.

후발 주자들의 단일화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성사되면 대선 판도에 변화가 예상된다.

아키노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CNN 필리핀'과의 인터뷰에서 민주주의에 위협이 되는 로드리고 두테르테(71) 다바오시 시장의 당선을 저지하기 위해 집권당 후보인 마누엘 로하스(58) 전 내무장관과 무소속 그레이스 포(47) 상원의원의 후보 단일화를 촉구했다.

오는 9일 대선을 앞두고 실시된 여론조사에서 두테르테 시장은 30% 넘는 지지율을 기록하며 다른 후보들을 10%포인트 이상 앞서고 있다.

두테르테 시장은 "모든 범죄자를 처형하겠다", "취임 6개월 안에 범죄를 뿌리 뽑겠다"고 약속하는 등 초법적이고 극단적인 발언을 쏟아내며 만연한 범죄에 염증을 느낀 유권자들의 인기를 얻고 있다.

그는 1989년 교도소 폭동사건 때 수감자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하고 살해된 호주 여성 선교사를 성적으로 비하하는 발언을 하고 이를 비판하는 호주와 미국 대사에게 "입을 닥쳐라"라고 말하는 등 '막말'을 서슴지 않고 있다.

최근 아키노 대통령은 두테르테 시장이 대권을 잡으며 헌법과 민주주의를 무시하는 마르코스 독재 시절이 되살아날 수 있다며 그의 당선을 막기 위해 전력을 쏟겠다고 밝혔다.

로하스 전 장관도 "불확실성과 독재의 유령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며 아키노 대통령과 뜻을 같이했다.

그는 포 의원에게 "시간과 장소를 말하면 내가 가겠다"며 단일화 의지를 밝혔지만 본인의 사퇴 가능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포 의원은 "국민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한다"며 여론조사 결과에 기댄 단일화에 부정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최근 포 의원은 자진 사퇴 소문이 돌자 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그러나 두테르테 시장의 당선에 대한 '위기감'이 정부·여당을 중심으로 커지고 있어 로하스 전 장관의 전격 사퇴와 같은 '정치 드라마'를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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