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부, 미 대선 후보 정책 성향 읽고 대비해야

입력 2016-05-06 19:50:01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 선거 공화당 후보로 확정돼 오는 11월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와 맞대결을 벌이게 됐다. 다혈질에다 막말에 가까운 언행으로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지만, 거품으로 여겼던 트럼프의 돌풍은 예비선거 막바지까지 이어져 결국 대선 후보가 되는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았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최종 선거에서 클린턴을 이길 것으로 예측됐다. 트럼프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그동안의 언행으로 미뤄 미국의 대한반도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트럼프는 대선 후보로 확정되고 나서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주한미군 비용을 100% 부담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한국, 일본 등 미군 주둔 국가가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당연히 모든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며 "동맹국들이 응하지 않으면 미치광이가 있는 북한에 맞서 스스로 방어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트럼프의 태도는 주한 미군 철수를 내비쳤던 그동안의 기조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100% 부담이라는 수치까지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파급력이 적지 않다.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 사령관 지명자는 미 상원 인준 청문회에서 한국이 주한미군 비용의 50%를 분담한다고 증언한 바 있다. 또한, 국회 예산처는 현재 한국의 분담금은 지난해 기준 9천820억원에 이른다. 이를 종합하면 트럼프는 한국에 1조원을 더 내라고 압박하는 셈이다.

최종 대선도 남았고, 트럼프가 당선한다 하더라도 미국의 구조로 보아 대통령 뜻대로 간단하게 정책이 결정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으로서는 큰 부담이다. 어쨌든 방위비 추가 분담 압박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고, 미국 여론도 심상찮다. 이번 선거 과정에서 드러났듯 미국 여론은 '철저한 국익 옹호'를 주장하는 후보에게 열광했다. 실제로 공화당 후보가 된 트럼프는 말할 것도 없고, 클린턴과 격차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했던 버니 샌더스 후보도 만만찮은 지지를 받았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이에 대해 철저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설마 그렇게까지 무리한 정책을 강행하겠느냐는 막연한 생각으로는 절대 감당하지 못한다. 이미 세계 각국이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행태를 보인 것은 오래다. 미국의 외교'군사 정책도 세계 경찰국가 자임(自任)에서 자국 여론에 따라 급격하게 변화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부의 능동적인 대비책 마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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